2007년 'Tell Me'와 '거짓말'을 통해 중독성 강한 대중음악이 한국 가요계에 주류로 등장했다. 단순한 중심 멜로디가 노래 전반에 걸쳐 나오는 이른바 후크송은 2000년대 초반까지의 대중음악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노래의 간주가 짧고, 따라 하기 쉬운 노래 가사가 반복된다. 또한, 이런 음악들은 주로 현대의 음악 소비에 맞추어 30초짜리 벨소리로, 1분짜리 컬러링으로 소비되기 위해 정밀히 제작된다. 따라서 소위 평론가들은 이런 음악을 소비하기 위한 음원으로 깎아내리곤 한다. 그리고 대부분 생산된 아이돌 가수가 이런 노래들을 부르면서 그들의 이미지와 함께 '음악성'이 없는 그저 가벼운 노래, 혹은 없어져야 할 노래로 매도당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현재의 후크송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후크송은 노래 전반에 걸쳐 반복된 멜로디와 가사를 강조하여 반복된 부분의 음원 소비를 부추긴다. 이 때문에 현재, 고사 직전의 음반시장은 후크송으로 인하여 오히려 더 빨리 무너지고 있다. 또한, 벨소리, 컬러링 맞춤 소비와 ‘친절한’ 반복 학습 효과로 인한 후크송의 인기 독점 현상을 통해 후크송의 시장성을 절감한 연예기획사들은 미투제품을 쏟아져 내놓아 지금은 음악시장의 다양성을 해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또한, 후크송에는 멜로디와 가사는 있지만, 음악은 없다. 예전에만 하더라고 음악에는 영혼이 존재했다. 즉, 음악 속에 제작자가 표현하고 싶은 바가 살아있어, 이 영혼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현재의 후크송에는 이런 듣는 사람에게 들려주려는 메시지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저 잘 팔릴만한 노래를 만들어서, 잘 팔릴만한 가수에게 부르도록 해서, 잘 팔리는 것이 유일한 존재 이유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후크송은 음악이 아니라 음표와 가사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후크송은 이런 이유로 헐뜯어선 안 된다. 먼저, 음악은 필연적으로 음악이 만들어진 때의 상황을 반영한다. 그리고 지금, 너무나 쉽게 다음 노래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은 작곡자들에게 소비자의 귀에 강렬한 멜로디를 노래를 선택함과 동시에 들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다림이 사라진 디지털 세대에게 간주가 짧아진 음악을 들려주고, 음반이 아닌 음원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벨소리, 컬러링 맞춤 음악을 만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한 멜로디만 살아남는 시대에 반복이 강한 후크송이 존재하는 것은 오히려 음악이 시대의 흐름과 함께 움직인다는 좋은 증거이다.
또한, 종종 후크송은 음악적인 가치, 즉 '음악성'이 떨어진다고 폄하되곤 한다. 몇몇 누리꾼들은 이를 넘어 반복과 소비에 치중한 음악은 음악 시장과 사람의 귀를 황폐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음악을 평가할 때 주로 사용하는 '음악성'이라는 용어는 다분히 개인의 상대적인 잣대이다. 따라서, 오히려 베토벤이 작곡한 클래식 음악이 소녀시대의 'Gee'보다 형편없다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원더걸스의 'Nobody'를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노래라고 손꼽는다 해도 그것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더군다나, 개개인의 선호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지금, 음악의 종류와 무관하게 그때그때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노래를 고르는 것이야말로 노래에 대한 가장 올바른 안목이다. 만약 후크송을 듣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때가 있다면, 그때 그 사람이 느끼는 노래의 '음악성'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더군다나, 애초에 대중음악은 고상한 음악이 아니라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산물이다. 우리는 만들어진 대중문화를 즐기지만, 많은 연예기획사들에게 있어 음악 산업은 그들이 부를 창출해야 하는 사업의 영역이다. 그리고 회사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대중들의 귀를 만족하게 하는 노래를 만들어낸다. 대중의 기호를 벗어나는 대중음악은 더는 대중음악이 아니다. 그만큼 대중음악에서 음악 작품으로서의 조건을 갖추는 것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대중들은 자신들의 취향을 반복되는 멜로디의 후크송에 맞추었다. 그리고 이런 노래를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이런 음악을 만들어 음악 시장에 공급하는 작곡자가 존재하는 것은 어찌 보면 경제학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음악(音樂)은 소리를 듣고 즐거워하는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리고 음악의 가치는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이 행복해하고 즐거워할 때 생겨난다. 혹시 당신도 후크송을 상업성 때문에, 중독성 때문에 무조건 깎아내리지는 않는가? 그러기 전에 후크송을 읽기 편한 책처럼 듣기 쉬운 음악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어떨까? 더 많은 사람이 음악과 함께 행복해할수록 음표와 가사들은 세상으로 나올 그 기쁜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후크송 : hook song, 한 노래에 같은 가사를 여러 번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만든 노래, '맴돌이곡'으로 순화
미투제품 : me-too product, 경쟁사의 인기제품을 모방해 기존 제품의 인기에 편승하는 제품
논술 글쓰기를 하라기에 소녀시대가 후크송을 불러서 이렇게 써서 냈다. 만약 'Gee'가 없었다면 논조는 정확히 반대로 향했을텐데. 안타깝게도 원더걸스가 글에 여러 번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