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탐험
미적분학 과외가 끝나면 나는 밤 10시에 압구정 로데오거리 바로 앞에 서있게 된다. 그리고 매일 두서없이 휘몰아치는 과외가 끝나면 나의 과외돌이는 한강으로 운동을 간단다. 그래서 오늘은 심심한 하루하루를 재밌게 끝내보기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과외가 끝나고 갤러리아백화점 앞 버스 정류장이 아닌 한강으로 발을 돌렸다. 그러나 이는 쉽게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일단 한양아파트 뒤쪽 압구정 출구에서 서쪽으로 가면 다음 출구는 2.5km를 걸어야 나오는 압구정 신현대아파트를 지나서 나오는 강남 출구였으니 난 들어가는 순간 꼼짝없이 2.5km를 걸어야했다. 사실 내 계획은 조금 걷다가 성수대교만 지나면 나오는 것이었지만 그런 출구가 없던 덕분에 나는 동호대교를 지나서 한남대교 중간까지 걸어야했다. 참고로 밤 10시에는 자전거 대여도 없으니 뚜벅이인 나는 청바지를 입고 열심히 걸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나를 쌩쌩 지나치거나 짧은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물론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라서 회귀본능을 발휘한 덕에 집에 가는 것이 목적인 나를 추월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여하튼 약간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렇게 들어간 한강변에서 밤 10시에 운동하러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귀차니즘에 빠져서 집에 가만히 있는 동안 이 사람들은 매일 한강을 뛰어다녔다니 난 대체 뭐하고 있었나 싶었다. 그리고 밤에 지하철로 한강을 건널 때나 보던 한강을 눈앞에서 보니 커다란 교각은 더 크게 느껴졌고 먹구름까지 낀 검은 한강에서 유일하게 환한 구조물인 다리는 솔직히 말하면 한걸음 가까워질때마다 왜인지 모를 무서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환한 조명이 켜진 주황색 동호대교와 그 뒤로 보이는 남산타워는 몰래 파노라마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그러나 그 주위에는 의자같은 쉴 공간이 없어서 딱히 좋진 않았다. 사진을 찍은 뒤 난 계속 걸었다.) 요즘 급 방학 때 할 운동으로 자전거와 등산에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왠지 압구정과 우리 집은 자전거로 왕복이 가능할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런데 자전거가 생각보다 비싸다. 그냥 하던 수영이나 계속 할까?
'Continuo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년 전 (0) | 2012.07.06 |
---|---|
M&M (0) | 2012.07.04 |
학기 종료 (0) | 2012.06.01 |
시험기간이라서 (0) | 2012.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