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소품문 부록
- El Morro 도난사건
때는 어둠이 내린 모로성. 사실 여기에 가는 것도 참 웃겼다. 베다도 자체 워킹 투어를 마치고 (정말 나시오날부터 혁명광장까지 끊임없이 걷고 0.4MN짜리 버스를 타고 시내로 귀환) 크레페 사유에서 밥을 한 끼 먹었다. 이제 쿠바에 도착한 학생들이랑 수다를 떨고 난 피곤함을 무릅쓰고 굳이 루즈항으로 걸어갔다. 모로성에서 해가 지는 석양을 보겠다며 길을 떠난 것인데, 이미 항구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혼자 여객선을 타고 어둠을 헤치고 밤길을 걸어올라서 일단 1차 목표지점인 예수상까지 올라갔다. 올라갈 때는 올라가는 사람이 없어서 아이폰으로 캐롤을 크게 틀고 후레시를 비추어가며 올라갔는데 가보니 은근히 관광객이 많아서 일단 안심했다.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고 이제 모로 성에 갈 차례. 사실 저기까지 가려면 아무 버스도 불빛도 없는 저기까지 혼자 걸어서 가야된다. 사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위험하니까 안 갔을텐데 난 가로등도 없는 그 길을 10분이 넘게 혼자 걸어갔다. 아까랑 똑같이 노래 틀고 후레시 비추면서. 1시간 반 뒤인 9시에 예포를 쏜다는 산 카를로스 까바냐 요새를 지나 결국 모로성 입구까지 도착했다. 캬. 진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전망대에서 가방을 옆에 살포시 놓고 별 사진을 찍으면서 혼자 쇼를 하고 있는데, 역시나 미러리스 설정 조절하는 법을 모르니 사진이 잘 나오질 않는다. 그렇게 열심히 별 사진을 찍고, 잠시 가방을 살펴보니. 어 가방이 없다. 가방에는 여권도 들어있고, 아까 아이폰이랑 타블렛도 넣어놨는데. 그야말로 멘붕. 막 소리를 지르면서 엄청 난리법석을 치고 열심히 뛰어다니다보니, 저쪽 어둠 속 가게들 뒤에서 사람 세명이 뛰쳐나온다. 어 뭐지. 쟤들인가보다 하면서 막 뒤쫓아갔다. 야밤의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데 도망가던 애들이 뭔가를 툭 떨어뜨리고 도망간다. 확인해보니 내 가방. 안을 확인해보니 타블렛이랑 아이폰, 보조배터리가 사라져있다. 아놔. 그리고 다시 앞을 보니 깜깜한 밤에 누가 어디로 갔는지 파악이 불가능하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난리를 치고 있으니 갑자기 경찰차가 온다. (오잉 어떻게 된거지.) 나중에 설명을 들어보니 누가 신고를 한 것 같단다. 사실 처음에는 경찰관들을 도리어 못 믿어서 그 사람들을 의심하고 있었단다.
여튼 경찰이 왔으니 도움을 청해야되는데 원래는 아이폰으로 구글 번역기를 쓰면 의사소통이 그나마 되는데 지금 내 아이폰은... (흑흑...) 다행히 경찰이 영어가 되는 사람을 구해와서 난 열심히 영어로 설명을 하고 그 분이 친절하게도 경찰에게 스페인어로 번역을 해서 자초지종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난 경찰차에 타고 경찰서에 조서를 쓰러 갔다. 난 아바나 안쪽으로 가야하는데 밖으로 밖으로 나간다. 아 택시비 어떡하지 하면서 일단 경찰서에 도착했다. 일단 도착해서 열심히 영어로 설명을 했으나 말이 통하나. 결국 몸짓과 손짓, 그리고 몇가지 단어들의 조합으로 설명을 했고, 대충 그 사람들은 알고 있으니 이제 됐나 싶었는데, 기다리라더니 (그러면서 쿠바가 어떻냐고 물어보길래 지금까진 괜찮았다고 대답해주었다.) 한참 뒤에 경찰관이 오더니 방으로 날 데려갔다. 그리고 상황 설명을 하라고 종이를 주길래 난 열심히 영어로 글을 썼다. 그리고, 대충 그걸 봤는지 못 봤는지 여튼 여자친구랑 사무실에서 놀고 있는 경찰관이랑 같이 열심히 조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나도 그걸로 여행자보험을 처리해야되니까 한장 달라고 했다. 덕분에 계획에도 없던 카스트로 사진이 붙은 파출소 관광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이미 10시 가까이 되어있는데 몸과 마음은 더 힘들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알게 된 점 중 하나는 쿠바 경찰서에서는 어떤 외국인이 언제 어느 까사에 묵고 있는지 다 전산 관리를 바로바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내가 까사의 위치는 잘 아는 데 이름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여권번호를 찍어보더니 여기냐고 나에게 물어보았고 조사가 끝난 뒤에는 경찰차를 타고 무료로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이후 여행 일정을 진행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일단 여권은 내가 야밤 추격전을 벌이면서 가방을 돌려받았고, 돈은 모두 내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었기에 돈을 잃어버린 것도 없었고,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도 거의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고 아이폰으로는 거의 찍지 않았던 지라 (물론 토페스 데 코얀테스, 앙꼰 해변과 바라데로에서 방수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나중에 방수카메라가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졌다 ㅠㅠ) 사진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은 비냘레스 데이투어를 이미 돈을 낸 상태였고, 그 다음날은 출국일정이었기에 크게 문제가 안됐다. 만약에 이 일이 아바나 여행 초반이었다면 멘탈 붕괴의 문제가 컸지만, 난 도둑 당하는 것을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여행 막바지였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쿠바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 남은 CUC를 다시 환전하려고 공항 환전소에 줄을 서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어떻게 되었냐고, 잃어버린 건 찾았냐고" 자꾸 물어보길래 이 사람은 뭐지 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곰곰히 목소리를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그 때 통역을 해준 그 사람이었다. 그 때는 칠흑같은 어둠에 난 정신이 없었던 지라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을 찾게되었으니 다행이었다. 그래서 미안하고, 난 누군지 잘 몰랐는데 정말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알고보니 그 사람은 캘리포니아에서 변호사를 하다가 은퇴를 한 분이었고, 친구를 만나러 쿠바에 왔던 것이었다. (쿠바에서 변호사 도움 받고 fee는 내질 않았네요.) 물론 찾았냐고 물었길래, 그럴 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 언어의 장벽
중남미에서는 진짜 영어가 당연히 먹힐 것 같은 외국인 상대 투어사가 아닌 이상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된다. 나도 출발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영어가 좀 통할 것이라고 나름 착각했지만, 그냥 영어만 할 줄 안다면 일단 local과의 의사소통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의사소통이 된다면 일단 열심히 뭔가 설명해주고 호의를 베풀면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내 아바나 첫날 밤에 발생했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 왠지 쿠바의 언어인 스페인어를 모르면 여행에서 꽤나 고생할 것 같은 느낌에 스페인어를 나름 배워보겠다고 스페인어 수능강좌를 다운받아서 갔었는데 강의 하나 듣고 사뿐히 접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으로 냉혹했다.
특히 까사 파티쿨라를 처음 들어갈 때 꽤나 고생이 되는데 난 영어만 할 수 있으니 일반 현지인 까사 주인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쪽도 나름대로 설명을 해주려고 하고 나도 설명을 들으려고 하나 커다란 언어의 장벽이 내 눈 앞에 떡하니 있으니 답답한지고. 구글 오프라인 번역기로도 나름의 한계가 있다. 당연히 특히 아직 사회주의가 운영되는 곳의 특수성을 느끼겠다며 쿠바를 향했다면 현지인들과의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잘못하면 장사꾼들과만 대화하다가 멕시코보다 비싼 CUC 물가를 경험하고 한국에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니 왠만하면 출발하기 전에 기초 스페인어라도 꼭 알고 가시길 추천드린다.
- 쿠바 여행 팁
환전소는 공항 2층에도 있다. 1층 바깥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CUC를 환전하지 않고 돈을 인출할 수 있는 ATM이 출국장에 마련되어있다. 직접 사용해보진 않았다만 되는 것은 확인했다.
쿠바에 도착했는데 난 아무 것도 모르고 스페인어도 통하지 않아서 위기에 처한 것 같다면 한국어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까사 호아끼나나 까사 요반나에 가면 된다. 특히 아침에서 오전시간에는 호아끼나가 개방해 한국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매우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많은 여행객들이 남기고 간 여행 가이드북도 살펴볼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국에 출시된 쿠바 가이드북은 거기에 다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물론 진짜 알짜배기는 여행했던 사람들이 남기고 간 짜투리 정보북. 원래는 방명록인데 사람들이 차곡차곡 정보를 모아서 적어놓은 것이 지금은 엄청난 정보북이 되었으나 가끔 없어지기도 한단다. 비슷한 정보북이 요반나와 시오마라에도 있는데 일본어를 잘한다면 시오마라의 일본어 정보북도 괜찮을 듯.
굳이 쿠바 아바나까지 가서 무슨 일본음식 가츠동이냐면서 추천을 들으면서 나도 되물었었는데 crepe sayu는 가볼만한 음식점이다. 먹으면 감동한다. 게다가 동양사람들도 많고 진짜 서울에서 먹는 가츠동 그 맛이다.
스페인어를 잘 하면 현지인들과 딜도 할 수 있다. 이건 굉장히 드문 케이스지만 아바나에서 바라데로까지 갔던 택시를 되돌아올 때 타면 굉장히 싸게 올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올 때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는 것은 덤. 참고로 아바나의 비아술 터미널은 생각보다 엄청 멀다.
쿠바에도 코카콜라를 판다. 단 파는 가게는 매우 드물다. 쿠바산 nacional refresco 중에 콜라는 별로인데 라임맛 사이다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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