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학생 잡지에서 기자가 잘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캠퍼스헤럴드는 기자님을 비롯해서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기 때문에 중대한 이유가 없다면 기사가 cut당할 일은 많지 않은데 나의 글솜씨와 소재로 인해 종종 예외가 발생하기도 한다. 내 기억으로 이 당시 주제가 푸르름이었는데 아카라카를 다녀와서 대충 끼워맞추었던 터라 안타깝게도 지면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대충 내 생각에 1번 이상 잘렸던 것 같기도 한데 일단 '잘렸던 기사 1'로 제목을 붙여놓고 더 있었던 것 같으면 추가로 올려야겠다.
건강한 젊음의 향연 -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젊음은 한없이 아름답다. 특히 5월의 한복판, 젊음 속에서 대동제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대학생들의 건강함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그들이 내뿜은 푸르름은 난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대한민국의 활력소가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면을 빌어 그 푸르름을 대표하는 대학, 연세대학교에서 벌어지는 우리나라 대학 축제의 대명사인 연세대학교 123주년 기념행사,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이하 <아카라카>)를 통해 건강한 젊음의 현주소를 조명해본다. 이현규 대학생 기자/ptnsweet@hotmail.com - 푸르른 젊음,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2002년 월드컵, 광화문을 기억하는가. 빨간 티셔츠 하나면 대한민국은 하나가 되었다. 한 곳을 바라보며 똑같은 쇠를 내고, 똑같은 동작을 하면서 한국 국민으로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바로 응원의 힘이었다. 이러한 힘은 매년 연세대학교에 강림하고, 이와 똑같은 일이 파란 티셔츠를 갖춰 입은 연세대학교 학생 사이에서 노천극장, 그리고 <아카라카>를 통해 펼쳐진다. 본래 <아카라카>는 고려대학교의 <입실렌티, 지야의 함성>과 같이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축제가 아닌 학교 응원단이 독자적으로 기획하는 응원 행사이다. 특히 많은 외부인, 그리고 그 중 하나인 나도 종종 이 행사가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공연처럼 생각하지만, 애당초 이 무대들의 목적은 노래를 듣기 위함이 아니라 열기를 띄우고 응원을 함께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준비 동장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공연 중간 중간, 그리고 마지막에는 여지없이 신나는 응원이 함께한다. - 열정을 발휘하기까지 원래 열정을 발휘하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다. 특히 대학교와 지역 사회 간의 소통을 중시하고, 일반인의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 사회의 관점을 고려하면 <아카라카>는 고난의 긴 터널을 지나와야 했다. 언제나 티켓 문제로 고민에 휩싸이는 이 행사의 주관단체인 응원단이 티켓값을 40% 인상해 학생들에게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을 때 대학 내부에서도 대학 행사의 상업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매우 컸다. 또한, 지역 사회의 참여를 극히 제한할 뿐만 아니라 학내 대학생의 참여 제한까지 감수하고 이루어지는 이 행사가 과연 대학교를 대표하는 행사가 될 수 있는가에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다. 실제로 총학생회 이하 여러 단과대학이 보이콧 선언과 대자보 게시 등으로 '2번'의 <아카라카>를 불러오는 파국을 맞을 뻔했지만 다행히 이번 일은 매년 학생들이 주장하던 '회계 장부 공개 요구'를 다시 한번 되풀이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어 2008년 '단 한 번뿐인' <아카라카>를 시작할 수 있었다. - 식전 행사인 학생들의 댄스 배틀로 흥을 돋운 2008 <아카라카>의 화려한 시작은 학내 힙합 동아리의 신나는 공연으로 함께했다. 이후 1부에는 경찰 홍보단과 춤 동아리의 신나는 춤와 뮤지컬 공연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른 노천극장은 거미의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2부 공연에는 여러 가수들이 <아카라카>를 축하하기위해 무대를 채워주었다. '사랑해'의 스윗소로우, 'One More Time'의 쥬얼리, '땡벌'의 강진, '즐거운 생활'의 45RPM, '눈을 보고 말해요'의 V.O.S, 'Kissing You'의 소녀시대, '거짓말'의 빅뱅, '그대만'의 타이푼 등이 뜨겁게 무대를 달구어 학생들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요즈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소녀시대와 빅뱅의 무대가 펼쳐질 때는 노천극장이 무너질 듯한 함성이 울려펴졌다. 또한, 1만 명이 넘는 열정적인 대학생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행운을 얻은 가수들은 V.O.S의 말처럼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무대'에서 신나는 공연을 학생들에게 펼쳤다. 그러나 소녀시대나 빅뱅보다 많은 환호를 받은 가수는 원더걸스 대신 나타난 JYP, 박진영이었다. 연세대학교 출신인 박진영은 별다른 앨범 활동이 없는 지금, 특별히 <아카라카> 무대에 서서 자신의 히트곡인 '너의 뒤에서'나 '날 떠나지마'와 같은 곡을 새롭게 믹싱해 특별한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고, 유일하게 학생들에게 앙코르 음악까지 보여주며 감동적인 축제의 마지막 밤을 선사했다. - Renaissance in Yonsei <아카라카>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응원단과 파란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함께 펼치는 응원 그 자체에 있다. 특히 이번 <아카라카>의 모토인 르네상스를 맞이하여 실제로 행사의 중간 중간 응원단의 역사와 관련된 행사들이 펼쳐졌다. 그러나 가수들의 신나는 무대에서는 서서 열심히 따라부르고, 손짓을 하던 학생 대다수가 정작 40년 전의 응원단장의 응원 설명이나 총장 이하 교무위원과 함께하는 응원은 주저앉아 구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아카라카>는 웅장한 느낌의 새로운 신곡과 응원 방법이 발표되었고, 제목은 문자메시지 공모를 통해 응모를 받아 르네상스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가수들의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응원의 시작을 알리는 가사 '헤이! 아카라카!', 서곡과 함께 응원의 막이 올랐다. 모든 사람들이 꿈틀거리는 고대 지렁이를 밟아버리기도 하고, 안암골 귀신을 잡기도 하며 대학교 학생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응원은 사실 숙명의 경쟁자인 그들의 스포츠 대결, 연고전 승리의 시발점이다. 그렇게 윤동주의 서시를 다 같이 따라 외우고, '사랑한다 연세'를 외치며 함성을 지르기도 하며 밤은 찾아왔다. 뒤에서 물을 뿌려도 환호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원을 그려 연세를 연호하며 저 멀리 올 지 모르는 빨간 호랑이 세력들에 뒤질세라 열심히 소리 높이면서 응원곡을 5번이나 앙코르를 한 끝에 <아카라카>는 그 막을 내렸다. 그러나 나가려는 그 찰나에도 빨간 호랑이들은 언제 왔는지 무대 바로 앞에서 빨강과 파랑이 어울려 열심히 '엘리제'를 부르고 있다. 사실 이 광경이 바로 서로 하나가 되는 <아카라카>의 참모습이다. - 끝이 아름답다면 <아카라카>의 시작은 앞에서 말했듯이 폭발 직전의 탄약을 임시 봉인해놓은 듯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활력소가 되어야 할 축제는 시작부터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축제의 끝도 이에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열심히 생수통에 담긴 물을 뿌리면서 힘찬 응원을 즐기던 학생들은 응원단의 홍보에도 찌그러진 물통을 그 자리에 두고 노천극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행사가 끝난 노천극장은 푸른 물결의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쓰레기들만 덩그러니 남고 말았다. 이뿐 아니라 행사 중간에 몇몇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한 말들은 끝까지 <아카라카>의 뒤를 쫓아다녔다. 특히 2부 사회자였던 최송현, 전현무 아나운서는 고려대학교 학생과 중국인 유학생이 '구리다'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결국 전현무 아나운서는 이를 통해 그가 원하던 검색어 순위 1위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