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日: 여유의 끝, 휘몰아치는 혼돈.
핸드폰 알람 소리에 일어났다. 새벽 6시에 일어나는 건 성공했다. 일단 일어나서 어제 들었던 말에 걱정이 되어 통영항 ARS에 전화를 해봤는데 배가 안 뜬다는지 안 뜬다는지 아리송한 소리만 한다. 그래서 아이폰에서 해운조합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금일 출항 선박은 정상 운항 합니다." 라고 쓰여있다. 바로 같이 가기로 했던 2명도 깨우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한 물을 맞으면서 샤워를 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혹시 추울지 모르니 핫팩을 챙기고 나머지 짐은 싸서 방 바깥에 두고 항구로 향했다.
갑자기 6시에 일어나서 이동하던 유럽 여행이 생각나는데, 문제는 난 내일도 이 시간에 일어나야한다. 해는 7시 20분 넘어서 뜨니까 아직 해도 뜨기 전이라 하늘도 까맣고 해가 아니라 달이 떠있다.
그런데 터미널에 가보니 이건 뭐 다 결항이다. ARS가 옳다니. 그렇게 나의 소매물도 여행은 출발도 전에 끝나버렸다. 그래서 이가 아니면 잇몸이라는 생각으로 약간 고민하다가 유일하게 배가 가는 한산도 제승당행 배를 탔다. 사실 다 결항인데 한군데는 간다니 약간 의아하기도 했는데, 물어보니 배를 타고 30분이면 도착한단다. 참고로 소매물도까지는 1시간 30분 소요.
그래서 저 아이들과 충무김밥을 사서 '뉴'파라다이스를 향해서 갔다. 하늘은 박명으로 가득차있다. 대한항공 사진강좌에서 들었던 새벽녘 그 짙은 파란색 하늘이 눈 앞에 펼쳐진다. 누가 물감으로 칠한다고 해도 이런 색감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 거다.
그렇게 저 멀리에서 해는 떠오르고. 통영항 근처는 크고 작은 섬들로 둘러쌓여있으므로 점점 섬으로 가까이 가는 배를 타고 떠오르는 말간 해는 보는 건 불가능하다.
같이 간 2명은 따뜻한 안에서 푹 쉬는 동안 난 30분동안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밖에서 해뜨는 것만 바라보다가 한산도에 내렸다. 그러나 당연히 계획되지 않는 여행에서 무엇을 보아야할 지는 모른다. 항구 근처에는 제승당 말고는 아무 것도 없어보인다. 지도를 보고 고민하려다가 앞에 버스가 한대가 있길래 그 버스를 무작정 탔다. 원래 아무 것도 모를 때는 일단 그냥 정해진 길을 따라 가는 버스를 타고 섬을 한바퀴 구경하는게 낫다는게 나름의 여행 노하우.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면서 노란 해를 보았다. 참고로 항구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한산도 해안도로를 '거의' 한바퀴 돈다. 그러다가 면사무소를 보고선 여기가 중심지인 것 같아서 내렸는데, 가게는 있지만 뭐 딱히 뭔가 특별한 게 있지는 않다. 게다가 아침 8시도 안된 시간이니 항구 앞은 정적, 조용하다. 일단 아까 산 충무김밥을 먹어야하니 먹을 곳을 찾아보다가 추우니까 초/중학교에서(!) 먹어볼까 하다가 학교로 올라가는 길에 체력단련실이 보였다. 마침 올라가는 분이 있어서 문을 열어달라고 했더니 여긴 안된다며 대신 항구 바로 앞 관광안내소에서 먹으란다. 가보니 잠겨있다. 그래서 면사무소에서 들어가서 먹어도 되냐고 했더니, 다시 관광안내소를 안내해주신다. 잠겨있다고 말씀드리니 열어주셨다. 하하하. 그래서 바람이 안 부는 안내소에서 김밥을 먹었는데, 안내소는 왠지 아무로 들어오지 않는 듯 책상이 어지럽게 쌓여있다. 겨울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딱히 사람이 상주하고 있을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핸드폰도 충전하니 이미 1시간이 지나있다. 밖을 나서 항구 코앞으로 갔더니 아까는 나지 않았던 바다 냄새가 물씬 난다. 바다다.
내가 생각한 그 특유의 평온한 바다의 모습을 보고는 이제 버스를 타고 한바퀴를 돌려고 했는데, 아까 탔던 1번 버스를 타려고 하니 탑승을 거부당했다. 어 버스기사분이 이걸 타지 말라고 올라타는 것도 안된다고 하시니 당황당황. 그래서 면사무소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이 버스가 아니라 다른 버스를 타야한단다. 알고보니 버스가 한바퀴를 도는 게 아니라 끝이 막혀있어서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단다. (이런 당황스러운 일이 있나.) 그래서 그 안에서 다른 버스를 잠시 기다리려고 하니 면사무소 직원분께서 차라도 한잠 나시면서 기다리라신다. 아 이런 감사한 시골 인심.
그러다가 어떤 어른분께서 갑자기 한산면 소개를 해주신다면서 안쪽으로 들어오라신다. 뭐 어차피 할 일 없는 셋이니 안으로 들어갔는데, 덕분에 면장님께 무려 30분이 넘게 한산면 소개를 들었다. 주제는 처음에는 한산도의 지명이 전부 충무공의 행적 하나하나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었는데 결국에는 주민등록 2000명인 한산면에 7000억원을 들여서 연륙교를 놓아주지 않는 중앙정부에 대한 크나큰 아쉬움과 기타 여러 가지 구시대적 체벌(목뼈를 망치로 때리거나, 젖꼭지를 꼬집거나)로 끝났다. 예전 1만명이 넘는 시절에는 안 놓아주다가 이런 역사성이 높은 민족의 섬에 지금은 2000명이니 못 놓아주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요즘에는 붙어도 진로를 고민해야하는 로스쿨, 사법고시보다 진로가 확실한 행정고시가 낫다며 나중에 큰 사람이 되면 여기서 돈 벌어 다 서울로 보내는 남쪽의 현실에 대해서 꼭 알아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난 저는 잘 모르겠지만 같이 간 2명은 나중에 큰 사람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물론 면장님은 그 둘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겠지만, 셋은 그 말을 하면서 그냥 웃었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이 끝나고, 버스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다. 나가면서 저 앞에 섬에 해수욕장이 있으니 오면서 봤던 다리를 건너서 가보면 좋을것이라는 추천을 듣고 면사무소를 나섰다. 그러나 이 애매하게 남은 시간동안 다리를 건너 해수욕장까지 가는 건 무리니 일단 다리를 구경하고, 항구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다리에 가보니 다리에 차가 없다. 분명 9시가 넘은 시간이라서 차가 다닐만도 한데, 이러고 사진을 찍어도 될만큼 차가 다니질 않는다. 왠지 다리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중앙정부가 이해가 됐다. 다리를 왕복하는 20분동안 차는 트럭 한대, 사람은 일행 3명만 지나갔다.
오히려 다리는 전망대로 더 가치가 있어보인다.
섬 가운데에서 바다를 보이 탁 트인 시야 덕분에 마음이 확 뚫린다. 저 멀리로는 TV에서만 보던 가두리양식장이 바글바글하게 모여있다. 정말 양식장이 엄청 넓게 끝없이 펼쳐져있다.
그리곤 바로 옆 버스정거장인 보건지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안 온다. 지금쯤이면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사실 여기 버스시간표를 모르니 대충 감으로 버스를 기다려야하니 답답해서 다시 따뜻한 보건소 안으로 들어가서 버스에 대해서 물어봤다. 물론 안에 들어가도 버스가 오긴 할텐데 아마 올 때가 다 되었을 것이라는 말씀만 하신다. 그래서 100m 떨어진 면사무소 앞 정거장을 대충 기웃거려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보인다. 현지에서 사시는 분일테니 버스를 놓치진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그러던 사이에 버스가 온다. 그래서 결국 면사무소 앞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항구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난 항구에서 내려서 바로 제승당으로 뛰어갔다. 원래는 제승당을 보지 않고 그냥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뭔가 아까우니 10분 안에 제승당을 보고 손살같이 배를 타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뛰니 제승당 매표소가 보인다. 지도를 보니, 어 생각보다 제승당이 먼데? 그래서 고민하다가 설득당해서 배를 1시간 더 늦게 타기로 하고 제승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사람도 없고, 시간도 많으니 느긋하게 걸어가므로 바다도 보면서 천천히 걸어가서 은근히 시간이 걸린다. 참고로 같이 갔던 2명은 아래 모래로 내려가서 물수제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가 제승당 입구. 설명을 들어보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었다가 다 사라진 걸 나중에 복구했다가 흐지부지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본받아야한다면서 지시해서 여기도 싹 정리를 하고, 만 맞은편에 한산대첩 기념비를 세웠지만, 총에 맞아 죽는 바람에 1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된 뒤에 제막식을 했단다.
여기가 제승당 건물 안에는 그 시절을 알려주는 문화재들이 전시되어있는데,
지금은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을 수가 없다. 수루는 현재 복구공사중이라서 천막이 쳐있다.
여기는 한산정, 예전에 활쏘는 훈련을 했다는 곳인데 훈련은 145m 떨어진 과녁을 맞추는 훈련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정을 모신 충무사에 가서 거북이 머리 위에 동전을 던지고 있는데 안에서 뭔가 웅성웅성하다.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해서 충무공 정신을 본받아서 회사를 일으키겠다는 건지 칼을 들고 한데 모아서 아자아자를 하고 계신다. 나중에 방명록을 보니 아리따움 관계자이신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향을 피우고 방명록도 적고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실 방명록 옆에 적고 싶은 말을 적는 칸이 있어서, '너무 추워요'라고 적으려다가 말았다.
오면서는 겨울에 핀 동백꽃도 봤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추운 날씨에 딱이라며 어묵도 사먹으면서 여유를 부렸다. 그리고는 30분이 되었는데 배가 아직 안 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걸어왔는데, 알고보니 배가 안 온 게 아니라 못 본 것이었다. 마지막에 엄청 뛰었다. 하마터면 여기서 또 1시간 기다릴 뻔 했다. 그래서 한산도에 다녀오는데 5시간이나 걸렸다. 배 왕복 1시간, 충무김밥 1시간, 이야기 듣는데 1시간, 다리 올라가는데 1시간, 제승당 1시간. 시간 쓴 것만 보면 거의 소매물도 다녀올 시간이다. 그렇게 통영항에 도착. 나와 5시간을 함께했던 아이들은 그렇게 술을 마시고 6시부터 일어났으니 피곤하신 관계로 다음 일정 없이 숙소에 자러 돌아갔고, 난 계속 통영 관광을 이어갔다.
일단 내려서 방향은 동피랑 벽화마을로 잡았다. 이제 나의 할 일은 벽화마을 보고, 꿀빵과 충무김밥을 먹으면 완성된다. 가는 길에 마주친 강구안.
강구안에는 복원된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실 거북선 안에 들어가서 무엇을 볼 시간도 없고, 왠지 무엇이 전시되어있을 지 상상이 되서 과감히 뛰어넘었다.
강구안 주변으로는 통영 중앙시장이 있고, 통영의 유명한 먹거리인 꿀빵을 파는 가게와 충무김밥집이 몰려있다. 저번에 들었던 팁에 의해서 꿀빵은 사지 말고 시식만 먹어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꿀빵거리를 지나가면서 과감히 시식만 하기로 했다. 어차피 꿀빵 5개는 나 혼자서 먹을 수 없거니와 가게들마다 특색있는 다양한 꿀빵을 시식용으로 (꽤 크게) 잘라서 내놓기 때문에 시식만 먹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실제로 그러했다. 그래서 열심히 꿀빵 시식을 했다. 냠냠냠. 꿀빵거리가 끝나면 동피랑 마을 입구가 나오므로 올라가면 된다.
벽화마을에는 2014년 봄에 새로 그려진 벽화들이 많고 그래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벽화들도 많은 편이다.
원래 동피랑은 낡고 허름한 산동네로 시에서 재개발을 하려고 했던 곳이었는데, 마을을 재생하겠다며 사람들이 시멘트벽에 벽화를 그리고 이 벽화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 덕에 재개발 계획은 취소되고 대신 마을을 정비하고 여기에 누각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동피랑 망루에서 내려다보는 강구안과 통영구시가지의 모습이다. 복작복작한 항구와 저 너머 조선소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남망산 조각공원이 있다는데, 거긴 시간이 없으니 패스. 사실 이 근처에 쌍욕을 적어주는 카페도 유명하댔는데 거기는... 같이 패스했다.
그래서 2014년 지금은 엘사와 안나, 올라프,
뽀로로, 도라에몽, 아톰,
그리고 고양이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혼자 둘러보니 여기저기 많이 기웃기웃했는데 사람들이 사진을 제일 많이 찍는 곳은 당연히 천사 날개. 천사 날개로 사진 찍는 곳이 두 군데가 있는데, 한쪽은 혼자 나오는 곳이고 다른 쪽은 두명이 함께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원래는 안 찍고 가려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거 하나 정도는 남겨야될 것 같아서 가게 앞에 계신 할머니께 부탁을 드렸더니, 팔은 쭉 펴고 다리는 꼬고 찍으라고 포즈도 지정해주신다. 하하하하. 역시 현지인은 다르다. 그렇게 찍으니까 날씨빨도 잘 받아서 사진도 엄청 잘 나온다.
그리고는 원조 충무김밥을 먹으러 왔다. 뚱보할매김밥. 여기는 안에서 먹고 가면 1인분도 시켜서 먹을 수 있는데 포장은 2인분부터 가능하단다. (어 이게 무슨 이야기죠?) 여튼 배에서 먹기 편하도록, 그리고 오래 보관할 수 있게 오징어무침과 석박지, 그리고 김에 만 밥을 따로따로 제공하던 게 충무김밥의 시초라고 하는데 그래서 지금은 매장 안에서 먹으니 굳이 필요하지 않은 종이를 깔아준다고 한다. 예전에는 배 안에서 이 접시가 그릇 역할을 했을테니까. 원조 충무김밥을 먹어보니, 아까 먹은 충무김밥이랑 뭐 크게 다르지는 않다. 꿀빵의 원조도 뭐 안에 팥이 든 꿀빵 뿐만 아니라 지금은 녹차꿀빵, 유자꿀빵, 흰팥꿀빵 등 여러가지 종류가 나와있으니 그래도 맛이 확 다른데, 이건 충무김밥이 예전부터 똑같아서 그런지, 뭐 그래도 원조 충무김밥을 먹어보았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그렇게 통영을 떠났다. 사실 숙소에서 짐을 들고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움직이면서도 해저터널을 볼까말까 열심히 고민했었다. 사실 이게 다 된통 이해되지 않는 통영에서 창원으로 가는 버스 스케쥴 때문에 떠나야할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2시 10분부터 40분까지 3대가 배차되고, 그 뒤로는 5시가 넘어서야 버스가 있는 이해되지 않는 시간표 때문에 창원에 저녁을 먹으러 가려면 2시 반에는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야했다. 그렇게 국내 첫 해저터널을 포기하고 버스를 탔다.
그런데 푹 자고 일어나니 버스가 터미널도 도착하지 않았는데 멈추더니 기사분께서 내리란다. 어 이게 뭐지. 버스가 고장났다는데, 더 황당한건 굳이 이 추운 날에 밖에서 택시를 전부 나가서 기다려야하는지도 의문인데, 이 앞에서 15분 넘게 있어도 다음 버스가 오질 않는다. 하아. 그리고 택시는 오지게도 오지 않는다. 운 나쁘게도 멈춰선 곳은 차는 다녀도 사람 손님은 없는 공장지대다. (그런데 콜택시를 부르지는 않으신다.) 난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빼꼼히 택시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힘들게 창원에 오후 4시에 도착했다. 사실 여행을 다 마치고나서 따져보면 창원은 굳이 올 필요가 없는 도시였다. 원래는 당연히 경전선을 따라 이동하는 여행에서 창원을 거칠 줄 알았는데 통영을 버스로 가게 되면서 바로 다음 목적지인 부산으로 바로 버스로 나와도 상관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 먹자마자 유리누나한테 창원에서 보자고 연락을 해놓았으니 하하하하. 사실 뭐 약간 꼬인다고 해도 남쪽 여행을 갔는데 남쪽에서 아는 사람의 사는 모습은 봐야하지않겠냐고 생각했다. 사실 그리고 일정이 딱히 꼬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만나기로 했던 상남동에 도착했는데,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2시간이나 남아서 카페를 찾다가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SHC Grande를 시켜놓고는 핸드폰을 충전하며 열심히 크리스마스 카드를 무려 3장이나 썼다. 사실 여행하면서 은근히 쓸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렇게 헤치우다니 정말 신의 한 수. 카드를 이렇게 많이 썼다는 사실에 나오면서 뭔가 뿌듯했다.
그리고는 만나기로 했던 조개구이집으로 향했는데, 먼저 도착한 유리누나 曰 갔더니 조개구이가 사라졌단다. 그래서 대신 찜을 먹었는데 솔직히 둘 다 인정했지만 정말로 그저 그랬다. (하지만 로컬 분은 딱히 아는 맛집이 어버버버) 그 대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생각보다 꽤 마시고 배만 채웠다. 그 대신 먹고 이 입맛을 돌려놓아야겠다고 갔던 DE' POSTRE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일단 마카롱이 종류도 많고! 싸다! 그리고 블루베리 스무디도 (블루베리는 어떻게 해도 맛있지만) 맛있었다. 그렇게 기차 시간인 9시 40분에 맞춰서 창원중앙역에 도착을 했는데,
그 기차가 사라졌단다. 이미 1달 전부터 배차에서 사라졌다는데, 난 바이트레인 시간표만 참고하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 역시 공식 시간표를 보아야했는데... 결국 나에게 남은 건, 생일선물로 받은 마카롱 박스와 손난로. 어... 난 아직 부산 숙소 체크인도 안 했는데, 거기 11시 반까지는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여기서 막히면 난 어디로 가야하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래서 다시 택시를 타고 정작 아까는 들어오지도 않았던 버스터미널 안에 들어왔다.
결국 걱정말라고 '안녕'하고 갔다가 이 사단이 난 걸 문자로 열심히 중계했던 나는 유리누나의 코치에 힘입어서 여기서 동래(어 그러고보니 뭔가 많이 들어본 지명인데)까지 버스를 타면 무사히 부산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는 사상이나 해운대까지 가야하는 줄 알았는데... 덕분에 나의 멘붕 게이지는 쑥 낮아지고, 게스트하우스에도 전화해서 12시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하니 많이 화가 나신 것 같았지만, 오늘은 손님이 많이 없으니 혼자 방을 쓸 수 있도록 조정을 해두었다면서 들어가는 방법을 문자로 받았다.
그렇게 난 버스를 타고 부산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밤 10시에 창원에서 부산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엄청 많다. 처음 여기서 출발할 때는 몇 명 없었는데 창원의 정류장을 다 지나고 부산으로 향할 즈음에는 (정말 시내를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버스의 빈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통로에도 사람이 꽉 차있었다. 완전 인기노선인가보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동래에서 거의 다 내렸다. 그런데 왜 지하철이라더니 2호선처럼 밖에 있는건데? 밤이라 전철도 잘 안 오는데. 아 추워.
그렇게 무사히 부산역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정말 밤 12시. 여기까지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하고, 난 총총총 역 근처에 잡아놓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물론 바로 들어간 건 아니고 근처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찾다찾다 돌아서. 내일은 배를 타러 6시 40분까지 부산항으로 가야하니 (다행히 배는 뜬단다.) 일찍일찍 자야하므로 짐정리만 하고 바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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