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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ways.

1. 어느덧 스마트폰도 없이 살게된 지도 1년이 지났다. 물론 다른 복합적인 이유가 없었다곤 말할 수 없겠지만, 사실 가장 밑바탕에는 스마트폰과 작은 화면 속 페이스북과 게임만 쳐다보는 나의 한심한 삶에 한가지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보겠다는 작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한 가지 시작해야할 마음이 들었을 때 주저없이 칼을 빼어든 나에 대해서는 기특하게 생각한다. 사실 아이폰이 나오기도 전부터 싱가포르 교환학생 때 본 저 신기한 물건에 대한 이끌림, 그리고 KT에서 인턴까지 하면서 관심을 가졌던 열정,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대 만발에 둥글둥글한 뒷면의 스마트폰을 예약구매를 해서 샀고 다음에 아이폰을 살 때도 엄청 열심히 문자를 보냈던 나이기에, 실제로 여러 친구들은 내가 스마트폰 사용을 접었다는 말에 굉장히 놀라워했다.

2. 작년 4월에 켜놓은 스위치는 아직 별 탈 없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물론 여행을 다닐 때는 잠시 불을 꺼놓았지만, 다녀오자마자 복귀했다. 사실 타인의 편집된 (그리고 주로 행복한) 감정이 극점으로 짧게 드러나 있는 페이스북을 잘 쳐다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집중하게 되는 건 맞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정보가 공유하고 타인의 소식을 알게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긴 하지만, 타자의 삶에 대해서 100% 공감과 응원을 해주지 못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타인에 대한 약간의 시기심과 질투를 숨긴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것들은 오히려 타자와 나를 비교하게 만드는, 그리고 그속에서 뭔가 어딘가의 패배감이 들게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갑자기 이런 말이 떠오른다. '부러워 하면 지는거다.' 페이스북이 그러했고, 싸이월드가 그러했고, 예전에는 엄마의 모임이 그러했듯, 엄마 친구의 아들의 존재, 그리고 잘난, 또는 행복한 한명의 존재가 300명, 400명에게 초단위의 시간에 정보(?)로 공유되는 건 여러모로 복잡한 이벤트이다. 더군다나 한가롭게 즐겨야할 게임도 이제는 그 많은 SNS 친구 리스트와 알게 모르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니, 스마트폰은 개인의 승리에 대한 욕구를 먹고 사는 기기라는 생각도 든다.

3. 1년 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준비했던 건 쓰던 몇년 전에 샀던 MP3 플레이어를 다시 찾던 것이었다. 사실 내가 아이폰을 쓰긴 했지만 iTunes를 통한 음악 관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난 한동안 음악 감상용으로 플레이어를 따로 가지고 다녔다. 사실 벅스 app이 출시되고 이를 통해서 노래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서 바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한참 뒤까지도 내 주머니 속에는 지갑, 아이폰과 함께 MP3 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녔으니 말을 다 했다. 여튼 이제 아이폰을 두고 다니기로 했으니 오랜만에 책상 속 MP3 플레이어를 켜보았는데, 아주 작동이 잘 되어서 굉장히 안심했고, 실제로 지금도 아주 잘 쓰고 있다. 코원의 S9는 역시 명기였던 겁니다. 개인적으로 그 때는 꽉 채우지 않고 썼는데, 지금은 음악이 16GB이 꽉 차서 지우면서 듣는데, 아 J3가 고파요. 개인적으로 괜찮은 Android-based가 아닌 플레이어가 나왔으면 하지만 요즘 이런 걸 내줄만한 회사가 없다. 사는 사람이 없으니. 여튼 특히 가방은 커녕 아무 것도 들고다니지 않는 출근길은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다녀야하는데 오며가며 할 게 없을가봐 미리미리 준비해놓은 덕에 매일 30분의 출/퇴근길은 큰 변화없이 남겨놓을 수 있었다. 단, 스위치가 고장나서 한번 수리를 맡긴 적은 있지만.

4. 문제의 전국민 SNS, 카카오톡을 어떻게 대신하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고민이 있었다. 사실 어차피 연락을 해올 사람은 어떻게든 해올테니 나도 답답하고 남도 답답하지만 안 써도 괜찮을 거 같은데, (어차피 핸드폰은 들고다니니까 전화와 문자는 언제나 열려있다.) 남들은 다 사용하는 매체에서의 소통에서 아예 빠져버리는 건 큰 문제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어차피 내 시간이 아닌 회사에서의 시간에서는 여러가지 메신저(LINE, 네이트온 등)과 함께 PC버전 카카오톡 접속이 되니까 카카오톡을 회사에서만 쓰고, 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하여 남들은 회사에서만 되지 않는 메신저를 나는 Mon-Fri 9-6에만 사용하게 되었다. 원래 처음 이렇게 잡았을 때는 주말에 보낸 메시지가 서버에 백업이 되니까 타이밍은 늦어도 확인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카카오톡이 검찰의 서버 감청 등의 프라이버시 이슈가 커지자 서버 저장 기간을 최대 이틀로 잡으면서 금요일 밤에 온 메시지는 확인 불가능하게 바뀌었다. 뭐 하지만 크게 문제가 될만한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회사에서 PC 앞에 앉아있는 순간에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면 자동으로 접속이 끊기는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점심에 친구들이랑 약속을 잡으면 11시 30분까지 열심히 카톡을 하다가 정작 나오면 전화를 건다)

5. 이렇게 근 두달간 많은 생각을 하다 마음을 굳게 먹고 중고나라를 열심히 뒤지다가 적절한 피처폰을 중고로 사는데도 한 2주는 걸렸다. 열심히 눈팅을 한 끝에 괜찮은 피처폰 하나를 구했다. 원래는 내가 찾아가서 6만원에 사기로 했는데, 이제 곧 대학생이 된듯한 앳띤 얼굴의 판매자가 직접 여의도에 왔다. 그래서 물건을 보니 핸드폰 뒷면에 기스가 있고, 뭔가 별로 안 쓴 것처럼 올려놨는데 길게 사용한 흔적이 보인다는 핑계로 2만원을 더 깎아서 4만원에 피처폰을 샀다. 이제 핸드폰을 산 지 400일이 넘어갈테니 하루당 100원꼴이다. (이정도면 남는 장사인건가? ㅎㅎ)

6. 스마트폰 사용이 사라지니 친해진 것도 있고 멀어진 것도 있다. 일단 멀어진 건 벅스. 원래 꾸준하게 쓰던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마트폰이 사라지니 굳이 사용할 이유가 사라졌었다. 그래서 대신 회사에서 무언가를 듣기는 해야하니까, NPR이나 AFN같은 영어 방송의 스트리밍 주소를 구해서 듣다가, (은근히 NPR weekend puzzle이 재미있다.) 블룸버그, CNN, BBC 방송 스트리밍주소까지 구해서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듣기 시작했다. VPN으로 돌아서 한국에서는 접속이 안되는 grooveshark도 쓰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accuradio나 뉴욕이나 LA의 24시간 캐롤 라디오 채널(!) 스트리밍 주소를 구해서 열심히 캐롤을 들었다. 미국 시간이 회사에서는 밤중이라서 은근히 (알아들을 수 없는) 사연 분위기도 따뜻하고 괜찮다. 굳이 돈을 내지 않아도 발품만 판다면 충분히 음악을 듣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걸 다 돌고 돌아서 그나마 듣던 영어 라디오 채널이 아니라 Spotify로 노래를 듣고있다. 스포티파이에서 제공하는 플레이리스트 중에는 괜찮은 재즈, 어쿠스틱, 피아노 플레이리스트도 많고 카페에서 들으면 좋을 잔잔한 Calm& Cosy 음악도 많아서 그냥 믿고 들으면 된다. 참고로 한국노래도 은근히 많은데, 안녕하신가영이랑 레드벨벳 노래도 있다! 물론 요즘 많이 듣는 노래는 那些年 Soundtrack. 그리고 기존에 스마트폰으로 어느 순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온갖 핸드폰 게임들과 지도 검색도 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한 때 엄청나게 열심히 했었던 캔디크러시는 그렇게 싹 밀렸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페이스북 접속이나 할일없이 손가락을 올리던 시간들도 사라졌다. 시간만 대충 보고 가면서 찾던 길을 요즘에는 미리 어디서 만나는 지를 들은 뒤에 집에서 컴퓨터로 지도를 한번 보고 그 지도를 대충 외워서 찾아간다. (그래도 길을 못 찾는 길치는 아니라서 그렇게 살아도 큰 문제는 없다.)

7. 오히려 인간관계의 관점에서는 원래 나라는 사람 자체가 사람들이랑 연락을 잘 하고 사는 사회적 인간의 타입이 아니기도 하고 아예 속세와 연을 끊고 오프라인으로 돌아선 것도 아니라서 그런지 큰 문제가 없다고 나 혼자서는 생각한다. 이제 친구들도 대충 적응이 되어서 알아서 문자로 연락이 온다. 종종 친구들이 답답해하지 않냐는 물음이 있는데, 친구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아직 그런 반응은 없다. 사실 카톡으로 답이 없으면 다들 전화나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 드는 생각에는 핸드폰 없이 살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8. 가까워진 건 쌓여가는 해피포인트 적립포인트. 이게 적립은 핸드폰 번호로 할 수 있는데 쓰는 건 실물이나 앱 바코드가 있어야한단다. 그런데 바코드가 없으니 계속 적립만 하고 있어서 지금 4만점 넘게 쌓여있다. 회사에서 저녁에 빵 사고 적립하고, 케익 사고 적립하고 이러면서 쌓이긴 하는데 이걸 쓸 수가 없다.사실 그래서 이걸 프린트해서 바코드를 핸드폰에 붙여서 들고다녀봤는데 적립은 되는데 사용은 안된다고. (대체 이건 어떤 상황인건지.)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나 자신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되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보다는 (정보의 획득을 빙자한) 시간 사라짐에 초점을 둔 스마트폰 사용이었기에, 오히려 책상 앞에서, TV 앞에서 책을 읽고, 영상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 나 자신에게 좀 더 도움이 되었다. 

9. 그리고 어쩌면 의외로 얻게된 가장 큰 수확은 거리를 돌아다니는 짧은 시간동안 보다 주위에 집중할 수 있게되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4, 5월 길거리에 핀 꽃의 향기도 눈길이 가고 아파트 단지에 핀 장미도 발견했다. 무언가에 매인 4인치의 액정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그 밖에 있는 드넓은 세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지금, 물론 잃은 것도 있을 수 있고, 있다 없어진 문명의 이기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 때 내가 했던 선택의 좋고 나쁨을 선택해야한다면 난 좋음을 선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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