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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inuous 2011. 8. 19. 03:08

엉겁결에

별 계획이 없던 8월은 점점 각종 계획으로 꽉꽉 차지고 있다. '엉겁결에'라는 단어가 이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9일에는 정말 오랜만에 엄친아 과외를 시작했다. 정말 엄친아는 아니고 엄마 친구 아들이다. 동네는 무려 둔촌동.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사실 할지 말지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돈도 못 번다며 엄마가 밀어부쳐서 결국 시작하고야 말았다. 수학이랑 영어 과외인데, 사실 수학은 배나사에서 꾸준하게 가르치기도 했는데, 대체 어쩌다가 내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의 의견을 들어보면 수학보다 영어 가르치는 게 낫단다. 일단 방학때는 내가 시간 되는대로 가르치고, 방학이 끝나면 화, 금으로 정해져서 가르치게 될 것 같다.
8월 11일부터 13일까지는 고려대학교에서 Asian Meeting of the Econometric Society라는 학회가 열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발표를 하는 제법 규모있는 행사였는데, 교수님은 굳이 등록하진 않아도 그냥 발표는 몰래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오라는 메일을 친히 보낸 덕분에 난 쫄랑쫄랑 고대까지 출퇴근을 했다. 아, 11일에는 윤나랑 대학로에서 케익이나 먹자면서 모여서 놀다가 (물론 케익은 결국 안 먹었다만) 발표에는 그냥 안 갔다. 슬리퍼도 아니고 쪼리를 신고 있어서 갈 생각이 싹 사라졌는데, 알고보니 분위기 상으로 사실 그냥 갔어도 큰 무리는 없었다. 발표 내용은 학회 이름과 달리 경제학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데, 12일 발표는 좀 알아듣다가 줄을 놨고, 13일 발표는 게임이론 쪽이라서 좀 흥미있게 들었다. (물론 수면이 부족한 상태로 간 덕분에 줄을 꽉 잡고 듣지는 않아서 끝으로 갈수록 정신이 혼미해졌다.)
12일에는 종규형의 마지막 환송회가 있었다. 민석이도 오후 8시 비행기로 한국에 들어와서 한 명은 떠나보내고 한 명은 맞이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떠나가기 직전이라 바쁜 종규형은 9시나 되어야 왔고, organizer였던 나는 누가 오는지도 관심이 없는 채로 그냥 사람을 모았다. 그렇게 희선누나한테 한소리를 들으며 대충 우리는 냥풍에서 김치찌개를 먹고, 팥빙수나 먹어가면서 9시에 오는 종규형을 기다렸다. 10시에는 민석이가 오고 그렇게 우리는 3시까지 수다를 떨었는데, 그 주제는 한국에서 연구실 생활이 얼마나 쓸모없고 황당한 일들로 가득 차있냐는 것이었다. 대학원생인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관계로 거의 문답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역시 제대로 배우려면 유학을 가야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기는 했는데, 아무도 나를 뽑아주려고 하지 않으니 난 일이나 해야겠다.
14, 15일에는 관정 MT가 있었다. 대성리를 장소로 잡았을 때는 생각지도 않았던 남자만의 MT가 벌어질뻔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여자가 무려 4명이나 있었는데, 이는 관정 MT 사상 가장 성비가 불균형한 MT였다. 그래서 우리끼리 가면서는 남자들만의 MT로 바꾸어보자고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MT가 끝으로 가면 갈수록 여자는 꾸준히 살아있고 남자만 하나씩 둘씩 죽어간다. (술을 얼마나 마시고 피곤하면 그리 죽어가는지 모르겠다.) MT는 도착해서 여자 둘이 오기 전까지는 거의 죽어가는 분위기여서 난 푹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이 소란해져서 보니 여자 둘이 와서 남자들이 분위기를 이끌고 있었다. 숙소 바로 앞에 물살이 굉장히 빠른 계곡이 있어서 몸에 물을 적시면서 재밌게 놀았는데 물에 빠질 때 정말 잘못하면 휩쓸려 내려가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물에 빠지는 벌칙들은 내가 카메라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인증샷이 모두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아 난 대체 카메라를 몇번째 잃어버리는 것인가!) 다들 오고 나서는 무언가 레크레이션을 시작했는데 결국 좀비놀이를 하면서 손금과 마피아로 새벽 5시까지 새는 기염을 토했다. 마피아는 한 판을 하면 20분동안 마피아게임에 대해 각자 해설을 했는데, 난 마피아 게임을 새벽 5시까지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여튼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카메라를 다시 한 번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현재 다시 카메라를 샀는데 이번에는 배달이 오지 않고 있다.
그 뒤로 나는 바로 15, 16일에 있는 경공 과 MT에도 갔는데 사실 산정호수에는 좀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었지만 나를 픽업해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관정 사람들과 점심도 먹고 빙수도 먹으면서 오후 5시가 넘어서 왕십리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때를 7시에 맞추어서 갔더니 숙소에 8시에 도착했다. 난 안했지만 완전 많이 와서 래프팅도 완전 스릴넘쳐서 재밌던 데다가 보람누나는 막 다치기 직전까지 가고 보트에는 구멍나고 그랬다고 하니 역시 래프팅은 했어야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도착하니 모두들 밖에서 열심히 각종 곤충들과 싸우면서 고기를 구어먹고 있길래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고기를 주워먹었다. 다들 말로는 펜션에 오면서 계속 내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인기 폭발이었다고 하는데, 난 당연히 그런 말을 믿지는 않지만 그런 말만으로도 황송감사한 노릇이다. 역시 다음에도 MT는 약간 늦게 가야겠다. 그렇게 밖에서 술도 마시고 안에 들어와서 약간 게임을 했는데 노래방기기를 켜자마자 숙소는 가라오케로 변신했다. 그러게 모두들(이라고 쓰고 나 혼자)는 노래방기기와 친구가 되어 4시간동안 주구장창 노래만 불렀다. 늦게나마 MT에 간 것은 다행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모두들 광란의 밤을 보냈는데 하나 둘씩 올라가서 잠을 자고 나랑 지연, 지수누나, 용식이형, 그리고 슬아 5명이서 계속 노래방기기를 쉬지않고 돌려댔다. 그렇게 나는 노래방에 가지 못했던 한을 하루동안 쏟아냈다. 사실 가서 제일 놀라웠던 것은 슬아여신님의 노래방기기 앞에서의 모습이었는데, 가히 여신의 모습이었다. 완전 잘 논다.
그리고는 잠시 잠을 청한 뒤에 바로 16일 오후에 예정되어있던 묵사모 모임에 갔다. 형묵 형님께서 주식으로 큰 돈을 버셨다면서 마장동에서 소고기를 쏘신다는 말을 듣고 얼른 소고기를 먹으러 대구집에 갔는데 가격은 가뿐하게 8명이서 33만원이 나왔다. 그렇게 형묵이형의 멋있는 모습은 카드를 내밀며 돈을 쓰면서 발휘되었다. 난 주식으로 돈 벌 일이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 뒤로 2차인 오빠닭에서도 가볍게 카드를 내미는 모습은 참으로 멋있었다. 그렇게 나는 지연누나의 차를 타고 가볍게 집으로 돌아왔다. 이 때까지는 내가 요즘 먹을 복이 터져서 뭔가 주위사람한테 잘 얻어먹고 다니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17일, 진우가 19일에 출국을 한다기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자고 했더니 815에 만난 황규성과 김주성까지 불러와 4명이서 홍대에서 보았다. 사실 규성이랑 주성이는 졸업하고 처음 본 것 같다. 여튼 저녁은 VIPS에 새로 나온 세트 2개를 전부 규성이가 쏘는 큰 사랑을 베풀어주신 덕분에 맛있게 먹었는데, 2차는 더치에 3차는 내가 술을 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사실 디카를 잃어버려서 새 디카가 필요한 관계로 요즘 소비를 줄여보려고 했는데 역시 세상 일이 내가 가고 싶은 방향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내게 된 것도 사실 웃긴 것이 원래 불러도 절대 나오지 않던 조현웅군이 대뜸 밤 10시가 다 되서 무악학사를 박차고 홍대로 나와주신 덕분이었다. 난 절대 나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을 저평가해서는 안된다. 여튼 정말 새롭게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CPA를 준비하겠다며 성대 경영학과에 재입학한 주쌩까지 포함하면 그 자리 5명 중에 4명이 상경계열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수학과였다.) 그렇게 우리 기에 의사는 몇 명이나 되려고 하는가를 세면서 내가 모르는 고3때의 이야기를 들으니 참 재밌었다. 그런데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12시 반까지 모여있었는데 한 이야기가 흥미롭되 딱히 영양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진우는 12월에 다시 들어온단다. 난 사실 한 3년은 지나야 들어오는 줄 알았다.
18일에는 어쩌다가 광화문 교보에 과외교재를 사러간 관계로 KT 광화문 지사 옆을 지나게 되었다. 덕분에 2년만에 혜림누나를 만나게 되었는데, 뭐 누나는 여전히 (마이클 잭슨을 닮았고) 예뻤다. (내가 사람한테 예쁘다는 말을 거의 안 쓰는데 이제는 잘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정말 뜬금없게 갑자기 연락했는데 퇴근 시간이라며 짐을 싸서 내려오고선 먹을 거리를 봉투에 담아서 과자와 KT에서 제작한 아이폰으로 만든 쓸모없는 영화 DVD와 함께 건네주는 마음 씀씀이 ^^ 여튼 과자는 안타깝게도 집에 쌓여있으나 먹지 않는 오레오와 똑같은 롯데샌드였다는 아주 약간 슬픈 사실이 겹쳤지만 난 아이스 초코를 얻어먹었으니 누나를 떠받들며 다음에 저녁을 얻어먹을 날을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그나저나 누나는 언제나 같이 하자던 운동을 정말하고, 결혼은 언제할 지 점점 궁금하다.
이제 26, 27, 28일에 오는 Kev, Jam, Tiff의 서울 여행도 준비해야하고, 24, 25, 26일 제주도 여행도 나름 준비해야한다. 제주도 여행은 나영이가 픽업을 굉장히 고통스러워한 관게로 제주행 비행기 시간도 7시 30분 랜딩에서 2시 랜딩으로 바꾸었다. 결국 이번 달도 굉장히 바쁘게 끝맺음할 것 같다. 그래도 놀면서 이번 달을 마무리할 수 있을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다음 학기에는 배나사를 계속 하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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