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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에 해당되는 글 1

  1. 2015.11.02| | 7日: 다시 한 번, 수학여행.

시작이 있으면, 끝도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마지막 날이 밝았다. 아직 쓰지 못한 크리스마스카드도 손에 쥔 채.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늦잠에 짐을 게스트하우스에 놓고 오느라 허겁지겁 상태였다는 데에 있다.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동해남부선은 단선이다(라고 쓰고 배차간격도 소요시간도 메롱이라고 읽으면 된다). 이 기차를 놓치면 1시간 반을 기다려서 2시간 기다려서 가야 목적지인 경주에 도착한다. (= 도착하면 11시) 그래서 엄청 달렸다. 아참, 마지막날 가는 도시는 경주다. 수학여행의 도시. 누구나 그렇게 알고 있는 경주인데, 지연누나가 그렇게 봄 가을에 예찬하던 곳이라 약간 기대를 하고 (겨울에!) 내일로 일정의 마지막을 여기서 찍어보기로 했다.

그 정신에도 사진 찍을 생각은 있었던 모양이다.

하하하하하. safe. 그러나 저 앞에 뛰어가는 분과 플랫폼에 아무도 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말 마지막 순간에 탑승을 완료했다.

그래도 여긴 기차표 검사도 하고, 사람도 많이 탄다. 아침에 출퇴근 수요가 꽤 있는 모양인데, 이렇게 느리게 가는 기차가 수요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그렇게 2시간동안 카드도 쓰고 핸드폰도 충전을 하다보니 어느새(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정말 많이 흘러서) 경주에 도착했다.

오 역이 예쁘네요. 역 앞에 있는 우체국에서 카드를 부치고는 버스를 타고 진짜 바깥바깥바깥으로 나가기로 했다. 물론 버스 배차간격이 매우 긴 관계로 일단 계속 기다려서 타야된다. 사실 배차간격에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기다려서 탔다.

경주의 놀이공원도 지나고, (호수 1)

또다시 호수 2를 지나고

바다에 모셔져 있는 문무왕릉과

월성 원자력 발전소까지 지나서

양남에 도착했다. 바다다! 읍천항 주변은 벽화도 그려져있고, 실제로 버스정류장 주변에도 벽화가 그려져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은게 동피랑도 다녀왔?)고, 여기는 주상절리로 유명한 곳인데, 그냥 파도가 예쁘다고 해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듣고는 가기로 했다. 사실 도착하기 전에는 가는데 1시간 오는데 1시간인 이 곳에 시간이 금인 도보여행자가 가는 게 맞을까 했는데,

맑은 하늘에 파도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충분히 올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최대의 주상절리라는 경주 양남 '해파랑길'은 나름 무서운 흔들다리도 있고, 사진 찍기 좋게 전망대도 있어서, 은근히 인기가 좋을 것 같다. 특히 실제로 수학여행 온 학생들도 와서 사진찍고 가던데, 왜 내가 수학여행 왔을 때는 이런 곳에는 안 왔을까? 뭐 일단 난 평일에 왔으니까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 모텔이나 숙박시설도 장사가 왠만큼 되니까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엄청난 사진을 찍어서 사진을 몇 장 건진 뒤에 주상절리 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는 뭐가 되어도 여기에 있어야된다. 여긴 시골이라서 1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제일 신기한 건 주상절리가 어떻게 부채꼴로 생겼냐는 것인데, 뭐 그건 내가 지구과학을 배운지 정말 오래된 관계로 누군가가 설명해줄때까지 모를 것 같다. 여기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서 사실 거의 직접 접근이 불가능하고 사진 찍는 것만 가능한데, 가다보면 이렇게 직접 앉아서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단 혼자서 청승맞게 추운 바람 맞아가면서 파도소리를 듣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말았다.)

그런데 다들 그 전망대에서 사진만 찍고 걸어다니지는 않는 모양이다. 산책길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덕분에 지구과학 공부도 하고 간다. 실제 지층이 들어난 곳도 있다. 진짜 색깔이 바뀌는 그 퇴적층이 눈 앞에 있다. 일직선으로 쭉쭉 그려가면서 교과서에서만 보던 땅의 융기와 침강, 퇴적물의 차이를 이렇게 확연하게 알수 있다니. 그런데 표토 몇 cm 아래에서도 이런 게 관측된다니 신기하다.

그렇게 1시간동안 여기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버스시간을 맞추어가며 저 멀리 주황색 건물에 있는 화장실까지 다녀오고 천천히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경주 네이티브 권보람님에게 경주 불국사를 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석굴암에 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물어보고

결국 불국사와 석굴암에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이미 시간이 2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난 한군데만 다녀왔을뿐인데...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제 여행을 할 때 지도 겸 정보 검색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쥐고 하는 관계로 버스로 어떻게 가야하고 어디쯤 오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게 불가능했으면 미리 이걸 다 조사해서 내려왔어야한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건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인데 생각해보니 경주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물론 불국사, 석굴암, 양동마을은 따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있다. 물론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해도 특별한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작은 연못을 지나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다리에 도착했다. 인간의 세상에서 부처의 세상으로 넘어간다는 이 다리는 저 뒤에 있는 다리와 함께 둘 다 국보다. (다리만 떼어서) 놀라웠던 건 위쪽 다리와 아래쪽 다리의 이름이 다르다. 세상에. 내 눈에는 하나로 모이는데, 저 배수구 같은 아치로 구분해서 위쪽 아래쪽을 각각 구분한다. 물론 옛날에는 저 다리에서 수학여행 사진도 찍었다지만, 지금은 이 다리는 위 아래에서 쳐다볼 수만 있고, 걸어다닐 수는 없다. (No More 숭례문)

이 사진에서 왼쪽 길로 쭉 둘러 오면 이런 식으로 내려다볼 수 있다. 평일 겨울의 한적한 오후의 불국사 경내는 예상대로 조용합니다. 아직 내일로 시즌 전이니까.

그러나 석가탑은 현재 해체중. 사실 여기를 막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쭉 와서 우와 하다가 통제된 철문 안으로 쭉 들어갔다. 나도 들어갈 수 있는 건지 알았는데, 그건 당연히 아니고 그 유명한 '관계자' 분들이신 듯. 덕분에 해체된 석가탑은 석재로만 보고 말았다. 12월 말에 이정도인 걸 보니 왠지 2015년 여름 내일로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봤을 듯.



다들 이 돌을 하나씩 쌓으면서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물론 나는 그냥 돌 사진만 찍었다. 간절히 빌어서 모두의 꿈과 소원은 다 함께 과연 어디로 갔을까?

10원짜리와 나. 내가 10원짜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불국사에서 탑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은 찍고 와야지요.


진짜 한적한 경주의 한때를 마무리하고 

들어올 때는 정문이니 나갈 때는 후문이라는 생각으로 후문으로 가보니 나름 길의 운치만 따져보면 정문쪽보다 나은 것 같다. 산책하기 좋은 길인데, 내가 경주시민이어도 여기까지 가긴 힘들 듯. 주변에는 불국사 말고는 거의 아무 것도 없다. 아, 중고딩의 수학여행 베이스캠프인 유스호스텔이 많다.

정말 불국사 관광을 마무리하고, 토함산으로 가기로 했다. 토함산 중턱으로 가는 버스는 불국사 주차장 길 건너에서 출발한다. 단 이 버스도 간격이 메롱메롱합니다. 경주에서 다닐 때 진짜 버스 시간표 꼭꼭 확인해야됨. 기억에 50분 간격 정도 됐던 것 같은데

문제는 석굴암이라고 버스에서 내리는 곳에서 진짜 석굴암까지 꽤 걸어가야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꼬불꼬불해서 처음 출발하는 곳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데, 가는데도 한 15분은 걸린다. 그러므로 왕복 시간 감안하면 시간을 잘 맞춰서 움직여야 1시간 뒤에 있는 다음 버스를 타고 무사히 하산할 수 있다. 안 그러면 차로 15분 걸리는 그 거리를 혼자 걸어서 내려가든지, 1시간을 기다리든지. 다행인 건 석굴암은 정말 볼 것이 석굴암 밖에 없는데, 

뭐 이런 안내판이나 가면서 보이는 석재들도 그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돌덩이일 뿐이고, 

관람은 무조건 한쪽 방향, 사진 촬영 금지.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탄성 뿐이라서 빠른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 정도. 석굴암의 구조를 보자면 이 사진에서 왼쪽 상부에 있는 저 돌산 같이 생긴 산 안에 석굴이 있고, 그 정중앙에 그 유명한 불상을 절 전각같이 생긴 곳을 지나가면서 잠깐 관람하면 끝이다. 그 안에서는 스님 한분이 지키고 계신다. 물론 저 석굴은 콘크리트 덩어리의 일부분처럼 되어있고, 석굴암의 발굴 및 일제강점기 복원 작업은 망해서 지금은 그저 유리문 밖에서 석굴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인 안타까운 상태라는 것은 알고 넘어가야할 사실이다. 

전각을 나와서 멀리를 바라보면 아까 갔던 그 바다가 보인다. (저 멀리 몰래 배도 보인다. 희미하게.)

덕분에 예전에는 멀리서도 보였을 석굴암을 이제는 전각 안에서 유리로만 바라보아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런데 대체 저 옹기꽁기한 철재 비닐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앞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거지? 생각해보니 들어가기 전에도 입구에 파란 천막이...

언제나 저 석굴암이 제대로 복원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제대로 복원이 마무리되었으면한다.


이렇게 석굴암 방문을 마치고 다시 경주 시내로 돌아왔다. 사실 당연히 불국사를 거쳐서야 돌아올 수 있는데 잠깐 불국사우체국에서 카드를 부치고 오니 저 멀리 버스가 떠나가서 20분을 또 기다렸다. 더군다나 불국사는 시내에서 한참 걸린다. 보문 관광단지도 가까운 쪽이 아니라 먼 쪽으로 쑥쑥 들어갔다 오는데, 거기서 고딩들이 엄청 타서 당황. 다들 이 추운 날에 그 놀이공원 다녀오는 길인가? 한참 졸다보니 어느덧 경주역에 와서 황급히 내렸다. 어쩐지 좀 시끄럽더라. 일단 보람이가 강추한 부산찐빵에서 만두랑 찐빵을 먹고 나서려고 했는데, 만두만 먹으려다가 오 맛있어서 설탕 듬뿍 붙인 찐빵까지 손에 들고 나왔다. 덕분에 아직 경주 시내 관광은 하지 못했는데 5시 30분이다. 경주 다음에 다시 또 올게요.

일단 경주는 황남빵이지 하면서 황남빵 가게부터 들러보기로 했다. 경주 시내 구경이 두시간 남았어도, 할 건 하고 가야지. 가다가 롯데시네마를 봤는데, 그렇게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극장이 있어서 한번, 굉장히 단관스러운 크기에 또 한번 놀랐다. 서울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인데 그렇게 그 옆을 지나서 황남빵 가게에 도착. 그런데 아무도 없다. 분명 엄청 유명하다고 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사실 좀 당황했다. 그래도 가게가 크고, 다음 지도를 믿으면 여기가 맞으니까 일단 빵을 덥석 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얼른 발길을 나섰다. 

남은 시간이 없으니, 갈 곳은 안압지, 첨성대 + 덤으로 정했다. 사실 이미 해가 다 져버린 상태였기에 밤에 봐도 괜찮을 만한 곳만 골라서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가는 길은 엄청 큰 고분군이 낙타의 등처럼 불룩불룩 솟아있는 곳이었는데, 덕분에 거긴 조명도 설치되어있지 않고 마치 도시 중앙에 황폐한 언덕처럼 보여서 약간 무서웠다. (일본 여행 갔을 때 도쿄도 청사 꼭대기에서 신주쿠 근처 큰 공원들 덕분에 암흑으로 덮여있던 그 공간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니까 제발 조명은 좀 환하게 켜주세요. 황남빵에서 안압지까지 최소한 20분은 걸어야되는데, 아무것도 주변에 없는 것 같은 공간을 순식간에 지나쳐가고 싶지만, 현실은 큰길로 옆으로 슉슉 지나가는 버스의 바람을 뚫고 차가운 손을 불면서 걸어갔다. 아직 6시도 안 됐는데. 삼거리에서 드디어 저 불빛이 보이는데, 저 불빛이 보인다고 가까이에 있지는 않다. 아, 물론 사진에서 보이는 저긴 그냥 논의 둑길이고, 대로변에 '동궁과 월지'의 입구가 있다. 

동궁과 월지는 우리가 국사책에서 이미 배워 알고 있듯이 큰 연회장이다. 경복궁의 경회루 같은 느낌의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분명 안압지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지도 앱과 표지판 모두 동궁과 월지라고 써있다. 왕자가 살던 동궁이 연회장이었던건가?

여튼 어둠을 헤치고 오후 6시에 도착한 월지는 조명이 확 켜져서 상상보다 예쁘다. 밝은 빛과 장노출의 힘입니다. 여기가 밤에 연인끼리 오기 좋은 곳이라던데, 실제로 와서 보니 그러합니다. 덕분에 사진이 굉장히 잘 나왔다. 

단, 추워서 한번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팔이 덜덜 떨리는 경험을 막느라 꽤 여러번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안타까운 점이 있다. 월지의 특징은 월지 둘레 어디에서도 그 모습을 다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국사시간에 배웠습니다.  

이쪽으로 물이 흘러드는 듯 합니다. 여기서 사람들 사진 많이 찍던데. 그나마 밝아서 그런 듯.

복원된 건물이 물에 비쳐서 반사된 모습을 보니 예뻐요. 사실 어두워서 빛만 있다면 예쁜 연못 모드가 출동한다. 사실 예쁜 모습이 많은데, 절대 팔각대로는 제대로 찍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더군다나 셀카 찍기는 이 어두운 배경을 살릴 지, 셔터를 켜고 나를 살릴 지를 고민해야된다. 그래서 눈으로만 담아오는 것으로.


옛날에는 이렇게 화려한 동궁이었다고 하니, 지금과 달리 연못이 오히려 작아보인다. 왠지 이렇게 열심히 만든 것을 보니 복원이 되...(면 여긴 공사판이겠군.)면 좋겠네요.

그렇게 연못 구경을 초스피드로 마치고 (경주에서 남은 시간이 1시간 뿐이라니!) 가까운 곳에 있는 길 건너 첨성대를 보러 갔다. 그런데 길에 사람이 없고, 길만 알려주는 바닥 조명(!)만 가득합니다.

가다보니 주변의 숲에도 빛이 켜져있는데, 처음에는 첨성대만 관심이 있어서 대체 저건 뭐길래 고분군에도 안 켜진 조명이 켜져있나 하였는데, 지도를 보니 계림이라고 한다. 

여튼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첨성대. 입장료가 무료이긴 한데, 저기 안에서 사진을 찍나 밖에서 사진을 찍나 아무리 봐도 똑같아보여서 들어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는 얼른 발길을 돌렸다. 근처에 있는 최씨 고택까지 걸어가보려고 했으나, 뭐 이미 해가 져서 그런 지 근처는 그냥 이게 전부. 광고로만 듣던 교동 법주 쌀막걸리는 나중에 맛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이렇게 불을 싹 내리다니. 불 정도는 켜놓아도 괜찮은데.

그 근처에 있는 교동김밥도 유명하다고 해서 가보려고 했더니 여기도 문을 닫았네. 

그래서 근처에서 건진 건 뭔지 모르게 화려해보이는 저 다리 뿐. 근데 대체 저 다리가 무언지는 모르는 채로 왔다. 오고 나서 검색을 하여보니 복원한 월정교라고 한다. 이제 경주역에 돌아갈 시간. 그런데 경주역까지 30분 안에 돌아가야된다. 사실 이 길이 걸어가는 걸로는 꽤 걸릴 거 같아서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미안한데 길거리에 차가 없다. 그저 까만 세상. 버스를 기다리는 건 거의 로또 당첨 확률일 것 같아서 일단 역 방향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 길은 진짜 차가 안 다닌다. 그래서 정말로 20분동안 살살 아파오는 배를 부여잡고 열심히 걸었다. 그런데 그 어둑한 길에도 천마총 앞이라고 스타벅스가 있어서 깜놀. 생각해보니 경주에 생각보다 스타벅스가 많네. 보문단지에도 많던데, 관광지마다 한 곳씩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렇게 목표점을 절반정도 왔을 때 갑자기 눈 앞에 쌈밥집이 보였다. 그것도 쌈밥집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뭉터기로 줄줄이 있는데, 난 김밥도 못 먹었는데 쌈밥집까지 지나쳐서 가야한다는 사실에 정말 슬펐다. 나중에 오면 꼭 이 두 가지는 꼭 꼭 먹어야지. 

이렇게 도착한 불금의 경주역 앞 경주 시내. 아직 7시라 조용한 건가?

왠지 고딩 세상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조용한 시내의 모습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가 시내가 맞을 것 같은데... 추워서 그런걸로 넘어갔다. 그런데 연말연시에도 이렇게 조용합니까?

뭐 여튼 무사히 경주역에 도착했다.

이렇게 7일간의 내일로 여행은 마지막까지 아쉬움과 스펙타클을 남기고 종료됐다. 사실 여기서부터 뻘짓의 시작인데 경주역에서 12시 3분에 기차만 탔어도 짐가방을 여기로 들고오면 되니까 쌈밥도 먹고 2시간 영화도 볼 수 있는데, 내일로가 원래 자정 기준으로 끊기는 관계로 부산까지 되돌아와야하는 일정을 짤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려 2시간에 걸쳐서 다시 부전역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짐을 들고 다시 10시 반까지 부전역으로 가서(...) 청량리 5시 30분 착 열차를 타는 것이 목표였는데, 갑자기 비가 엄청 퍼붓는다. 그래서 귀차니즘을 약간 고려해서 어차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비슷한 루트인 부산 발 서울 착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려고 마음을 먹고 그 앞에서 부산의 명물 돼지국밥을 먹고 슬슬 부산역으로 나왔는데, 이건 나의 최고의 실수.

마지막 부산 발 열차여서 사람이 진짜 엄청 많았다. 첫날 광주로 내려올 때의 느낌보다 훨씬 붐빈다. 실제로 매진 열차라서 입석으로도 사람이 꽤 많이 탄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열차카페로 갔더니 실제로 열차카페의 노래방기기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보고야 말았다. 게다가 실제로 술을 엄청 마시고 깽판치는 사람도 봤다. (어머머) 그래서 결국 쪽잠을 자면서 겨우 서울역에 5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도착을 하니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졸릴 따름. 그래서 집에서 다시 넉다운됐다. 참으로 아름다운 결말. 부전역에서 중앙선 타고 왔으면 그래서 의자에서 앉아는 왔을텐데 경부선의 쏠림을 고려하지 못한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여튼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 처음이자 마지막인 내일로 여행이 끝났다.

사실 처음으로 한반도 남쪽을 경험한 여행이었는데, 덕분에 많은 (나이어린) 사람들도 만나서 처음 듣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남쪽나라의 겨울에 많은 것들을 보고, 책으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느끼면서 색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죽녹원도 그랬고, 메타세콰이어길, 보성다원도 그랬고, 순천만도 그랬고, 동피랑마을도 그랬고, 실패했지만 쓰시마섬 방문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매우 부족했던 경주 여행까지 놓치면 안 될 그 세대에 꼭 필요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덕분에 진짜 시골에서 버스시간표를 적어가면서 노인분들과 빼꼼히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와 기차 시간표를 맞춰 뛰어다니는 20대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내일로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불편하지만 파릇파릇한 청춘들의 여행이란 건 이런 게 아닐까? 차를 렌트해서 다닌다면 알 수 없는 그런 여행이 내일로 패스를 통한 여행인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은근히 내일로 말고도 교통비가 많이 들었다. 내일로 이거 제대로 뽕을 뽑은 건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내일로 이야기를 했을 때, 그냥 표를 사고 다니는 것과 크게 차이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실제로 사실일까봐 계산을 안 해봤다. 그래도 JR, Eurail에 이어서 한국 철도패스 여행을 했다는 점. 이게 하나의 성과다. 

그런데 2015년 여름 내일로가 만 28세로 확대되었다는데, 올해 겨울에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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