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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ways.

- Viaje introducción

쿠바는 도착부터 아름다웠다. 공항에서 시내로 나간다고 준비하는 데에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출입국 심사에 30분, 소지품 짐 검사 하는데 30분, 짐 찾는데 15분 (이는 1시간이 지나도 짐이 안 나왔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환전하는 데 45분. 각 단계라는 것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서울과는 차원이 다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CUC로의 환전을 위해 또다시 긴 줄을 기다리는데 앞 뒤에 있던 미국인 부부와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사실 대화를 나눈 계기는 줄을 서다가 맥주를 사와서 마시기에 긴 고민 끝에 그 맥주를 어떻게 샀냐고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었다. CUC가 없으면 지불이 안되니 CUC가 있을텐데 그러면 여기서 줄을 설 필요가 없으니 뭔가 이상해서. 대화를 나눠보니 미국인 부부는 San Diego에서 왔다는데 한국에도 수원에서 97년 financial crisis 전에 영어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OB와 Hite 맥주를 기억하던데, 그 부부는 비자 종이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여행자보험까지 검사받은 터라 2명이서 300달러나 지불해야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듣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뒤에 계시던 할머니는 손자들과 여행을 오신 모양이었는데, 자기의 50년 전 추억의 올드카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그 부부에게 본의 아니게 맥주까지 얻어먹은 뒤 공항에서 대기를 하려고 거의 시장 한복판 수준인 1층을 벗어나 2층으로 가려고 했더니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더니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속도가 거의 '세월을 초월한' 수준. 그냥 걸어다니라는 건가? 뭐 그조차 내려갈 때는 고장이라서 에스컬레이터로 낑낑 캐리어를 들고 내려갔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출국하는 날까지도 고장 상태였다.) 그래서 보니 1층 공항 바깥 환전소는 그렇게 사람이 그렇게 많더만 2층 환전소는 아무도 없고, 옆에는 ATM도 있다. 분명 1층 infotur에서는 공항 바깥으로 나가는 거 말고의 환전소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는데 정말 알다가도 모를 상황. 덕분에 아직 쿠바에 대해 공항 밖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도 공항에서 쿠바의 여러 모습을 예측할 수 있었다.

사실 밤에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올 때 혁명광장을 지나며 본 까만 벽에 걸린 환한 체 게바라의 모습만 보았을 때는 아 그냥 거리가 좀 어둡구나 했었다. 그러나 2시간 뒤 숙소를 혼자 나섰을 때 난 한국에서 느낄 수 없었던 어둠과 직면했다. 여행자 거리인 Obispo, 올드카의 매연과 기름 냄새가 가득했던 Prado와 'chino'와 휘-익 부는 휘파람 소리가 가득한 Malecón을 걷고 나서 난 느꼈다. 이 여행 진짜 망하겠구나.

오히려 처음부터 여길 혼자 와야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러한 낙담이 덜했겠지만 사실 이 여행에는 카페에서 구한 동행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 동행이라는 존재도 내 여행 사상 처음으로 구했는데, 그건 단지 내가 혼자 경험하기에 쿠바는 좀 무서워서였다. 유럽 30일 여행도 혼자 다닌 나였고, 동행이라는 존재가 딱히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사실 여행에서 다른 사람들한테 말도 잘 안 걸지만 인터넷도 안되는 환경, 부족한 자료, 스페인어 능력 부족의 3박자가 가져올 위험을 진작부터 느껴서인지 일단 카페에서 비슷한 여행시기인 사람을 찾았다. 사실 그 전까지는 멕시코 입국 표와 쿠바 여행 표가 분리해서 사야했기에 멕시코시티 구경을 먼저 할까, 나중에 할까 고민하다 덕분에 멕시코를 적응 기간으로 쿠바 앞에 두기로 결정했었다. 물론 멕시코 교환학생인 그 분과 여행 계획이나, 자료 같은 것도 주고 받으면서 여행 준비에는 굉장한 도움이 되었는데, 제일 중요한 건 택시를 타고 오면서 느낀 스페인어 능력에 (난 영어권 교환학생을 하면서도 영어를 택시 안에서 저렇게 잘 써본 기억이 없는데.) 감탄했었다. 사실 이 택시 또한 원래 그 분은 칸쿤에서 날아오는 비행기가 대기가 오래 걸리면 내게 택시를 타고 먼저 시내를 가서 숙소를 잡으라고 말했지만, 내 생각에 쿠바 여행에서 한번 안녕하면 서로 연락이 안되니 100% 따로 다니는 상태가 올 거 같기에 시간이 대충 비슷할 것 같으니 기다려 보기로 했던 것이었다. 뭐 여튼 그렇게 숙소까지는 여차저차 왔는데, 문제는 그 숙소가 방이 하나라서 서로의 숙소가 달라져야했던 것이었다. 숙소를 따로 잡는 것이 동행에 불안요소일 것 같긴 했고, 그 이상한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는지 그 동행(이었던) 분은 아바나에서는 만나지도 못했고, 한참 뒤에 트리니다드에서 한 번 더 마주쳤다. 그렇다고 여행에서 그렇게 실패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Malecón 멘붕 이후 나는 숙소에 들어가서 열심히 가이드북과 론리플래닛을 독파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그냥 되는 대로 일정을 짜서 돌아다녔다. 물론 도난 사건도 있었지만 여행을 마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기에 다행스럽게도 아바나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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