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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ways.

어제는 일단 샹젤리제를 거쳐 한시간동안 에펠탑만 바라보았으니 파리를 겉핧는데까지 성공했다(라고 혼자서 위안을 삼는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마침 루브르가 야간개장을 하는 날이므로 제대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날로 테마를 잡고 오르세와 루브르를 하루에 섭렵해주기로 했다. 물론 연속해서 보면 눈도 힘들고 고역인 관계로 아침 일찍 오르세에서 근대 미술을 보고, 밤에 루브르에서 그보다 이전의 유물들을 보기로 마음 속으로 정했다.

오늘도 여행의 시작은 Pyramides. 숙소에서 오르세에 가기 가장 가까운 역을 구글 지도와 함께 살펴보았을 때 대충 여기서 내려서 강을 가로지르는 것이 현명하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 사실 예쁜 센느강과 튈르리를 다시 보는 것도 괜찮다고 봤다.

덕분에 튈르리 공원은 한번 더 본다. 아침이라서 공원은 아직 관광객도, 파리 시민도 없는 조용한 상태. 잔잔한 평온함이 느껴진다.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저 건물이 Musée d'Orsay. 원래는 만국박람회 때 만든 기차역이었지만 이후에 용도폐기된 뒤 사용방법을 찾다가 19세기 미술작품을 전시할 미술관으로 공간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서울에서도 국군서울병원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예쁘게 짓는 것을 보니, 오르세만 부러워할 것은 아니다.


원래 기차역이었던 건물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라서 그런지 내부에서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면 옛날의 기차역일때의 모습도 상상해볼 수 있다. 참고로 여기도 작품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특히 인상파 작품들이 한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고, 이른바 마네, 모네, 르누아르, 세잔, 꾸르베가 옹기종기 모여서 나를 기다리고, 고흐가 안녕하고 밀레가 이삭 줍는 아름다운 곳이다. 고갱도 따로 전시실을 갖추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유럽에 돌아다니면서 몇 안되는 촬영불가 미술관이므로 사진 촬영은 제한되어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파리 미술관 관람 중에서 가장 만족했다. (그래봐야 루브르, 오르세가 끝이지만) 비엔나와 파리에서는 이런 미술관을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다니 부러울 따름.

오르세 미술관의 인상파 작품이 모여있는 3층 입구, 바깥으로 튈르리 공원이 보이는게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 느낌이 중요한 거다. 시계가 만드는 오묘한 느낌. 이 사진은 내가 봐도 좀 잘 찍은 듯?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몰래 찍었는데, 몰래 찍다가 옆에 있던 할머니가 막 뭐라고 했다. 뭐라고 한 지는 한국어나 영어가 아니라 못 알아들었지만, 대충 왜 사진을 찍냐는 말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여튼 오르세 미술관 3층은 정말 아껴주어야 할 귀중한 공간임에 틀림없다. 참고로 미술관에는 19세기 중반의 예술작품이 총망라되어, 이런 그림뿐 아니라 습작, 조각, 산업예술(디자인)까지 망라되어있고, 조소작품 중에는 로댕의 지옥의 문도 있으니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면 좋다. 난 참고로 한 2시간 반정도 있었다.

그렇게 진짜 미술사 시간에만 보던 그림을 눈앞에서 본 벅찬 느낌으로 미술관을 빠져나와 센느 강변을 걸었다. (사실 걸으려고 한 건 아니고, 강 북쪽으로 올라가려니 강변을 걸을 수 밖에.) 그렇게 걷다보니 진짜 내가 파리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그냥 무작정 걸어도 노래가 흥얼거려지면서 아까 받은 그 들뜸이 가라앉지 않는다.

이제 콩코드 광장도 아침의 조용함을 벗어나 제법 북적해졌고,

맑은 하늘 아래 파리는 예쁘다. 데헷.


그러나 어제 못 찾았던 샹젤리제 거리의 라뒤레는 공사중이었다. 어쩐지 이 가게가 어제 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파리 가는 날이 이렇게 장이 안 열리는 날이라는 아름다운 사실을 느끼고 그냥 뒤돌아섰다. 그렇게 마카롱을 찾아 여기, 파리까지 왔지만 둘째날까지도 라뒤레 마카롱을 만나지 못했다.

대신, 길 건너쪽에 있던 PAUL에 갔다. 폴이라면 프랑스에서 그나마 잘되는 가맹형 빵집인데, 그래서 큰 길가에도 가게가 많다. 신기한 건 여기는 앉아서 먹을 때의 가격과 사서 그냥 가지고 나가는 가격이 정말 티가 나게 다르다는 건데, 이건 그냥 산다고 하고 그냥 바깥에 나와서 먹으면 되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물론 밖에서 먹으면 홀로 있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옆에 비둘기가 함께해준다. 그리고 테이블을 치우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괜찮은 테이블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구매에 성공한 작은 마카롱과 큰 마카롱. 작은 마카롱은 12개에 8유로 정도, 큰 마카롱은 1개에 3유로정도 하는 가격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저 큰 마카롱이 8000원 가까이 했으니 각각 현지와 대충 2배정도 가격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 여튼 저 큰 마카롱은 실제로 초코파이보다 더 커서 밥 대신 먹어도 될 정도의 크기다. 여튼 파리에서 마카롱 get 성공. 

그리고는 Ave. Montaigne를 걸어다녔다. 물론 명품은 잘 모르지만 명품거리라길래 걸어봤는데, 극장도 있고, 그래도 내가 아는 브랜드가 드문드문 보이는 걸 보니 진짜 명품거리이긴 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에 관계 없이 이 거리를 초코파이같이 큰 마카롱을 먹으면서 걸으니 그야말로 나는야 Parisien. 그렇게 나는 감격을 하며 Alma까지 왔다. Pont de L'Alma는 2가지로 유명한데, 이전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의 불꽃 크기가 재현된 자유의 불꽃, 그리고 다이애나비가 다리 아래 터널에서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근처의 자유의 불꽃이 그 뒤 비공식적인 추모비가 되어버린 자유의 불꽃의 용도 변경(!)이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다이애나비에 대한 기억도, 자유의 여신상에 대한 기억도 딱히 없으므로 그냥 강을 건넌다. 

사실 한낮에 다시 센느강을 건넌 데는 나름 머리를 써서 미리 에펠탑 전망대 표를 사놓고 밤에 전망대에 오려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게 표를 기다리는 줄이 워낙 길어주신 덕분에 표를 사는데 분 단위로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생각하는 그런 정해진 시간에 전망대에 오르는 기회는 당일 예약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내일을 위해서 오늘 에펠탑 아래에서 핸드폰으로 훗날 입장을 예약을 하자니 예약이 잘 되지도 않고, 별로 지금 기다리고 싶지도 않아서 에펠탑 밑까지 갔다가 그냥 저녁에 다시 와야지 하고는 다시 돌아왔다. 

흠, 저 위는 이따 다시 와서 올라갈꺼야.

그러고는 센느강을 따라서 유람선 투어를 하기로 마음먹고 Bateaux Mouches 선착장을 찾아서 다시 Alma로 되돌아왔다. 서울에서 한강 유람선 투어는 안 해도, 비록 저번에 라인강 유람선투어는 실패했어도, 굳이 다시 배를 탄 데는, 사실 딱히 큰 이유는 없다. 그래도 파리에 왔으니 유람선을 타봐야겠다는 마음으로 굳이 가까이에 있던 Bateaux Parisiens가 아닌 Mouches를 탄 이유를 굳이 생각해보자면, 딱히 그것도 없다. 

대충 생각해보니, 어차피 내려서 루브르로 갈 생각이 있어서 동쪽으로 미리 자리를 옮겼던 것 같다. 참고로 바토 파리지엥에는 학생들이 갑자기 엄청 탔고, 그게 무서워서 무슈로 왔더니 여기에는 중국인들이 엄청 탔다. 더 무서웠다. 참고로 점심시간이 지나서 관심은 없었지만, 식당 서비스도 있는 것 같아보였다. 여튼 탈 때도 원래는 평화로웠는데 갑자기 단체손님들이 닥치면서 엄청난 인파 속에 자리 잡는 게 쉽지 않았으나, 난 혼자 다니는 관계로 대충 중국인 속에 묻혀서 자리잡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동양인 정도였을 듯.


그래도 라인강 유람선 떄는 이름모를 성만 봤는데, 여기는 그나마 아는 게 좀 있다보니 그나마 유람선을 타고 있기가 좀 더 낫다. 이건 Pont Alexandre III. 대충 봐도 파리 센느강 다리 중에서 제일 예뻐보인다. 미적 감각이 충만해지는 다리.



아까 만났던 오르세와 재회했다. 밖에서 보니 시계가 이렇게 생겼고만? 그나저나 어쩜 이리도 역을 예쁘게 만들었을까?

이 엄청난 중국인 사이로 저 너머 루브르 박물관도 보인다.

그리고 루브르박물관 바로 너머에는 Cite가 있다. 파리의 발상지라고 불리우는데,  저 멀리 보이는 다리가 Pont Neuf, 퐁 네프다.

그리고 기마상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테의 상징은 이런 기마상보다는 섬 반대쪽의 성당, Notre-Dame de Paris에 있다. 노를담의 곱추, 노트르담 드 파리가 전부 이 성당을 배경으로 했다.

반대쪽으로 보면 고딕양식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그야말로 고딕 버팀목 지지대를 통해서 지어진 지 800년이 다 되도록 파리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는 성당이다.


참, 다른 형태의 유람선으로 Batobus도 있다. Mouches나 Parisiens과 달리 적당히 정거장에 멈추어서 구경하다가 다시 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아 다시 에펠탑까지 왔다. 이 중간에 사진이 없는 이유는? 유람선이 어차피 왔던 길을 되돌아서 에펠탑 근처까지 가는 지라 굳이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30분정도 강바람을 맞으면서 바깥에 나와있다보니 그냥 피곤이 몰려와서 가만히 앉아서 좀 쉬었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아까도 본 에펠탑을 왜 굳이 계속 찍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당연히 에펠탑은 다르지.

그렇게 파리 유람선 투어는 끝. 그리고는 오랑제리로 향했다. 대충 시간을 보니 오랑제리에서 작품을 볼 시간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여길 놓칠 수는 없었다. 꼭 보고 가야할 수련 연작이 있기 때문에 진짜로 수련 연작만 보고 나왔다. (뮤지엄 패스를 이용하니 그냥 들어갔다 나온다고 해도 마음이 놓인다.) 여긴 그야말로 모네를 위해, 수련 연작을 위해 만든 미술관이었는데. 가방을 맡기고 들어가야되서 사진기를 같이 내버려서 사진을 못 찍었다. 수련 연작이라고 수련 몇 작품이 아니라, 정말 수련 그림으로 타원형 공간의 벽이 둘러져있는데 그냥 가만히 보고있었다. 그 오묘한 보라색 수련 작품이 내 혼을 빼앗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사방을 둘러도 수련만 보이니, 진짜 내가 수련을 보고 있는 건지 그림을 보고 있는건지 모를 정도다. 그래서 진짜 들어가서 쓱 보고 나오려고 했는데, 수련 작품 하나만 보는데 20분은 걸린 것 같다.


그렇게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에 도착한 건 대략 5시가 넘어서다. 루브르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유리 피라미드인데, 또 어떻게 보면 어울린다. 그리고 오늘이 야간개장일이라는 걸 다들 아는지 이 시간에도 주위로 사람이 엄청 많다. 원래는 6시에 닫으니까, 나가느라 원래 사람이 많았을 것 같기는 하다.

일단 지하로 들어가는데, 야간개장일이라 사람이 참 많다. 그리고, 사실 플랜카드가 붙어 있고, 관람안내를 위한 종이를 손으로 들고 있지만, 어디로 들어가서 봐야할 지 모를 정도로 유물이 많다. 이게 프랑스가 거대했던 시절 여기저기서 훔쳐온 덕분일텐데, 출처도 그 시절 자신들의 세계였던 이집트, 이슬람, 그리스, 유럽 총 망라되어있고 종류도 조각, 그림, 심지어 엄청난 돌까지 그냥 잘라서 가져다놨다. 개인적으로 그 무거운 돌조각을 전리품이라며 배에 실어서 가져온 그들은 옛날에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일단 루브르 궁전부터 구경해봤는데, 샹들리에부터 호화롭다. 짐이 곧 국가다를 외치셨다는 루이 14세 때의 방이 이런건가?가 아니라, 나폴레옹의 응접실이다. 참고로 루브르궁전을 박물관으로 바꾼 것도 나폴레옹이란다. 전리품을 엄청 가져오면서 쌓이니까, 이 궁전에 자신의 공간도 만들면서 아예 개조해버렸다고 한다.

붉은 벨벳 색깔이 아니면 반짝이는 금색인데, 참 예쁘다.

그 다음은 중세시대 유물이었는데 사실 중세시대는 유물이라고 남아있는게, 전부 성경에 관련도니 것 밖에 없다. 미술사시간에 듣기로는 그 때는 그림을 그리면 성경의 이야기를 그린 거고, 뭔가를 지으면 궁전 아니면 교회였단다. 그만큼 중세 예술은 볼 것이 딱히 없는데, 대신 예쁜 구석이 몇 군데 남아있는 것이 위치 좋은 곳에 지은 예쁜 성당과 스테인드글라스, 그림 성경 정도다.

일단 집무실을 본 후에 나름의 보고 싶은 순서에 따라 보려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 곳이 워낙 커주신 덕에 돌고 돌고, 지도를 따라 방 모양을 보고 앞으로 가도, 앞이 막혀있고 갔던 곳을 또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름 길도 잘 찾아서 이런 적은 잘 없었는데, 결국 그냥 다 포기하고 대충 흘러가는 방향으로 보기로 했다.

이게 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주창했다는 함무라비 법전비다. 잘 보면 법전비인 이유가 나오는데, 법전이 새겨져있다. 참고로 이게 지금까지 연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성문법이란다. 그리고보니 프랑스에서는 이와 버금가는 나폴레옹법전이 이후에 나오는데, 둘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 돌덩이(!)는 20세기 초에 프랑스 학자들이 발견한 거라고.

이제 좀 무서워지기 시작하는데, 딱 봐도, 이집트에서 가져왔다는 티가 좀 난다.

그러나 이건 보자마자 놀랐다. 정말 돌을 잘라서 가져오다니.

그 유명한 비너스, 아프로디테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그리 앞에 사람이 많지는 않다. 워낙 유명한 다른 것들이 많아서 그런가?

대체 넌 설마 스핑크스?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

여기는 처음 들어갔을 때는 아니 저 돌덩이랑 같이 이런 것까지 가져왔단 말이야?라는 생각에 깜짝 놀랐었는데 알고보니 예전 루브르 지하를 발굴해놓은 곳이었다.


저 빛나는 저 사진 하단에 써있는 게 LOUIS XIV, 루이 14세다. 루이 14세의 초상화.


요건 보티첼리의 엄청난 프레스코화. 오호호.


지금까지 이런 엄청난 유물들을 봤는데, 르네상스 그림들 전시는 이제 시작이다. 과연 제대로 정리는 해놓은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느낌은 그냥 궁전 복도에 따닥따닥 붙여서 걸어놓은 느낌인데, 이 그림은 하나하나가 대단한 작품들이다. 정말 괜히 루브르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걸 다 보고 가..고 싶지만 시간도 없고, 오늘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보아서 그런지 정신이 혼미하고 어지럽다.

그리고 복도 중간에 있는 방을 보니 여기만 사람이 바글바글거린다. 여기에 과연 뭐가 있군. 사람들이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 쪽만 바라보는 이유가 있다.

지구 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는, 아직도 학자들이 그림의 신비를 찾아내는 모나 리자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루브르를 패키지 여행으로 들어와서 본다면 이것만 보고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할 정도로 must-have 목록에 있는 그림인데, 루브르의 그 많은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는 기분이다. 유일하게 루브르에서 사람을 통제하는 곳이고, 벽을 일부로 만들어 유리 안에 넣고 전시하는 작품도 이것이 유일한 것 같다. 그만큼 관심 대상이고 가치가 있다는 것이겠다. 그런데 대단한 작품은 맞는 것은, 솔직히 열심히 옆으로 움직이면서 봐도 그냥 그렇던데.

그리고 맞은편에는 결혼식 그림이 걸려있다. 엄청난 수의 인물이 묘사된 가나의 결혼식 그림인데, 가운데에는 묘사된 모든 그림에 후광이 같이 그려진 그 분도 계신다.

이것도 미술사 시간에 나오던 그랑 오달리스크.

세계사를 장식한 그림들도 루브르 한켠, 모나리자 뒤에 모여서 전시되고 있다. 자기가 왕관을 받아서 쓰고 있는 이 대관식 그림은, 그 유명한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이 맞다. 참고로 이 그림은 똑같이 하나가 더 만들어져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 근처에는 메두사호의 뗏목이 있다. 인육을 먹으면서 버티며 인간이 살기위해 얼마나 잔혹해지는지 알게 해준다는 이 그림도 미술사 시간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그림이다.

자유, 평등, 권리를 주창하던 프랑스 혁명하면 딱 떠오르는 그 그림도 물론 여기에 있다. 들라크루아의 작품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삼색의 국기를 든 여인이 시체를 넘어 전진하는 그림. 이렇게 루브르는 프랑스가 세계사의 전면에 있을 때의 모습을 그림에 담아서 보여준다.

이건 언제나 위를 향하는 기마 자화상만 남아있는 나폴레옹의 알프스 원정을 다룬 그림이다. 얼마나 추웠으면 팔을 코트 안에 넣고 있을까? 물론 저 표시가 숨겨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미켈란젤로의 원죄 조각을 르네상스 조각이 전시된 그냥 사람들 지나다니는 가운데에 이렇게 세워놓을 수 있는 건 분명 루브르박물관의 여유일께다.

프시케의 아름다운 신화를 담은 조각까지 마지막에 꽉꽉 채워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못 본 것이 많다. 이제 3시간동안 내내 봤어도 시간은 모자르기만 하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도리어 작품이 너무 많고, 작품의 종류와 스펙트럼이 큰 관계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난 차라리 컴팩트있게 전시된 오르세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작품이 너무 많으니 내가 어떤 동선으로 이 곳을 찾아다녀야되는지도 모르겠고, 길을 찾아 다니다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제대로 루브르를 보려면 천천히 르네상스까지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하루를 통으로 투자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대충 마무리를 짓고 밤 8시 반이 되어서 루브르 밖을 빠져나왔다. 나중에 다시 한번 여유를 가지고 찾아와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긴 했는데, 과연 그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만. 여튼 근처 맥도날드에서 대충 저녁을 해결하고 난 이제,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오후에 가졌던 그 다짐을 실천하러 에펠탑으로 간다. 야호 전망대다.

저기 불빛을 비추는 저 곳으로 가요.

72번 버스를 타면 센느강의 야경을 보면서 에펠탑으로 갈 수 있다. 에펠탑을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내리니 저기 또 깨알같이 회전목마가 있다. 위치상으로 보면 여긴 Trocadero역 쪽이다.

다리 건너기 전에 보이는 에펠탑의 웅장한(!) 모습.

이 복잡한 철제 구조물. 철 덩어리는...

이 분이 이 철골구조로 탑을 만들겠다고 건축 아이디어를 낸 건축가 Gustave Eiffel. 1세기 전에는 만국박람회를 위해 만든 굉장히 혁신적인 건물이었지만 철덩어리로 이런 구조물을 만들겠다고 해서 낭만적인 파리를 해치는 건물이라는 오명으로 파리시민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어야했고, 실제로 무서워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이걸 어떻게 올라가냐면서 항의하던 사람도 있었던다. 물론 에펠탑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파리의 유명 건축물은 석조건물이다.

난 어리니까 Youth. 아주 조금 더 싸다. 그래도 가난한 여행자는 조금씩 아껴서 콜라 사먹어야지..


참고로 여기가 에펠탑 2층에서 본 파리다. 절대 에펠탑 꼭대기 전망대에서 본 파리의 모습이 아닌데, 여기도 충분히 높을 뿐더러 파리에 딱히 높은 건물이 없어서 그런지 여기도 꽤 높다.

저기 보이는 높은 건물이 현재 파리에서 제일 높다는 Montparnasse, 그리고 그 앞에 쫙 펼쳐진 Champ de Mars 공원. 대충 밤 10시가 되었는데도 여기 와서 이 늦은 시간에도 저 공원에는 사람이 참 많다. 그래도 나름 쌀쌀한데.

이제 진짜 가장 높은 전망대로 올라간다. 내 여행의 특징 중 하나가 높은 데 올라가는 데는 돈을 딱히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어느 도시든 제일 높은 곳에는 꼭꼭 올라간 것 같다. 편하게 한눈에 보겠다는 심보는 여기서도 잘 느껴지는데, 내가 또 야경도 좋아하니 나한테는 파리 에펠탑 야경. 3박자가 참 잘 갖추어진 거다. 아래에서는 45분은 기다려야된다고 한다고 했었는데, 대충 15분만 기다려도 꼭대기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이 자리에 철제 구조물은 이제 세워진 지 120년을 향해간다.


근데 은근히 아까랑 느낌이 비슷하다. 120m 지점과 270m 지점이 이리도 비슷하다니. 서울에는 40층짜리 건물도 쑥쑥 올라가고 아파트도 30층 언저리로 올라가고, 도시에 산도 많으니 높이 올라가야 시야가 탁 트이는데, 파리는 (일단 작고) 산이랄 것도 주위에 없고, 건물도 그닥 높은 것이 없으니, 게다가 에펠탑 주위에는 아예 높은 건물이 없다.

게다가 밤 11시라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파리의 가을은 생각보다 따뜻한 편은 아니라서, 바람이 세차니 춥다. 그래도 일단 올라왔으니까 바람은 약간 참고 전망대 주위를 열심히 돌아보았다. 저기 보이는 저 것이 개선문이랑 샹젤리제 거리다.

진짜 발밑으로 센느강이 흐른다. 지금 바토뮤슈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니까 밤에 유람선을 타고 센느강을 보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느낌을 에펠탑에 올라오고나서 받았다. 버스만 타고 센느강변을 봐도 예뻤는데, 배를 타고 다니면 어땠을까나?

그래도 가까이에 있는 마르스공원은 바라보면 좀 더 확연하게 느낌이 차이가 난다.



아마 대충 저기가 파리의 신도시인 La Défense. 우리나라의 강남정도의 신도시의 느낌, 위치인 것 같다.

저기 루브르박물관이랑 노트르담 성당도 멀리서 보이는데.....

에펠탑을 지을 때 많은 돈을 투자했던 에펠은 실제로 관람객이 안전에 위협을 느끼자 자기가 이곳을 아파트 삼아 딸과 함께 살았고, 여기서 유명인사가 오면 직접 맞이했단다. 지금은 아파트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고 에펠이 에디슨을 맞이하는 장면을 모형으로 전시해놓았다. 그런데 1세기 전 에펠은 여기에서 물은 어떻게 공급받았을지, 요리는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긴 하다.

오잉. 그런데 내려오고보니 내가 그리 많이 갔었던, 가장 가까운 Trocadero 광장 근처를 안 찍었다. 하긴, 어차피 밤에는 광장에 조명도 딱히 없어서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쉽다. 그렇게 위에서만 1시간은 있었다. 올라와서 아까워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일단 시야가 탁 트이니까 돌아다니면서 기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바닥에 내려오니 자정이 다 되어서 밤 11시 반이 다 되어있다. 아직 파리 지하에는 지하철이 다니니 다행일 따름. 참고로 파리의 지하철은 RATP app을 사용하면 편하게 다닐 수 있는데, 3G 네트워크는 알아서 연결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아까 올 때는 몰랐는데, 다시 Trocadero 공원에 와보니 막 풍선이 매달려있다. 물론 밤 12시가 다되서 그런지 광장 자체가 횡하다. 횡. 그래도 풍선이 대롱대롱 매달린 배경으로 찍으니까 뭔가 달라보여서 기분은 좋다.


역으로 꾸역꾸역 걸어가려면 Palais de Chaillot의 계단을 올라와야한다. 올라오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에펠탑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난 오늘도 에펠탑 앞에서 파리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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