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jour 3 - Flâneur
대충 에펠탑도 올라가보고, 파리 중심가도 가본 것 같으니 일단 오늘 아침의 시작은 가볍게 Montmartre로 정했다. 사실 바르셀로나, 파리는 특히나 정해진 계획 없이 날짜만 정해놓은 경우라서 뭘 해야될지 모르니 그냥 마음 가는대로 움직인다. 덕분에 초기 여행때는 6시에 일어나서 기차를 타고 움직였는데, 지금은 천천히 일어나서 느리적거리다가 지하철을 타고(!) 움직인다.
이른바 Montmartre 지역은 성당이 높이 솓은 언덕을 뜻하는데, 이 언덕은 거의 파리의 유일한 언덕이라서 그 곳이 파리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지하철로는 Anvers에서 내리면 바로 저 길을 통해서 쭉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이 순탄히 자나가고 소매치기도 당하지 않았던 내게 엄청난 시련이 발생했으니, 야바위를 구경하다가 어쩌다보니 돈을 내고 200유로나 잃어버린 것이였다. 순간 휘말리고 결국 끝나버렸다. 주위에서 자꾸 돈을 내라고 하도 난리여서 냈다가 잃어서 메꾸려고 하니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그런 큰 돈을 애초에 들고다니지 말았어야한다. 프랑스에 시티은행 지점이 없어서 그래.) 그 엄청난 일을 당하고 나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산책을 하고-왜 그 사이에 왜 난 꼭 이런 상황에서 보이지도 않던 효은이를 만난 걸까-, 다시 돈을 메꾸기 위해 남은 스위스 프랑을 비싸게 바꾸어가면서 시간을 쓰니 거의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에효. 여튼 집에도 전화하고 이 울적함을 풀어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으나 이게 말처럼 쉽진 않았다.
여튼 겨우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관광을 시작하려니, 이미 12시가 지나있다. 개인적으로 이 엄청난 사태의 결론은, 동생에게 바르셀로나에서 메시 저지를 사주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며, 이런 일로 돈을 아까워하며 덜 쓰면 이 일을 더 잊기 힘드니까, 이거랑 관계없이 그냥 쓰면서 다니자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다시 이 길로 올라오면서 보니 그 때 옆에서 부추기던 사람들은 야바위꾼과 한 팀이라서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하고 있었다. 내가 쭉 보고 있으니 얼른 가라고 눈짓을 주는데 정말 나중에 알고 어이상실. 역시 나에게 어울리는건 회전목마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어야하는데.
여튼 몽마르트르의 상징인 Sacré-Cœur Basilica가 보인다. 파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성당인데, 사실 내가 보기에는 노트르담 대성당보다 훨씬 예뻐보이고, 유명할 가치가 있는 성당이다. 몽마르트르 특유의 예술, 낭만적인 이미지와 더해져서 사람도 많으니, 내가 당한거겠지. 참 이 근처에 뭐 이상하게 손목에다가 줄을 걸어주는 흑인들이 많았다. 걸어주면 이것도 꽤나 돈을 뜯어낸다고, 그래도 이건 숙소에서 미리 듣고 갔다.
뭐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거다. 저 사람들 보면 풀었다가, 모았다가 풀었다가 모았다가 한다. 당연히 사진 찍으려고 하면 막 화를 낸다.
이런 흉흉한 마음과 함께 올라오게 된 성당. 역시나 성당 앞 계단에는 사람들이 참 많다. 마침 지금이 토요일 오후 시간인지라.
여기서 결혼 사진을 찍는 커플도 있는데, 약간 신기한 건 사람들이 주변에 다 있는 상태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 정도. 모두가 축하해준다는 뜻인건가?
성당은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조용하다.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마음 가라앉혀야할 일도 있으니 앞으로 dㅣ런 일이 없게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했다.
그리고 저기 성당 꼭대기에 올라가볼까하다가, 마음을 접고 바로 몽마르트르의 낭만을 찾아서 출발했다. 물론 이런 돌길도 충분히 낭만이 있고 소중하지만.
이른바 무명화가, 예술가의 광장이라는 Place du Tertre. 옛날에는 정말 조용한 광장에 예술가들이 나와서 그림을 그리면서 소통하는 분위기였겠지만 현재는 이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화가들이 열심히 마케팅을 펼치는 장소가 되었다. 덕분에 광장 안쪽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그리고 그 광장을 둘러서는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홍대나 가로수길을 보는 것과 같아서 약간 안타깝다. 여튼 화가들이 여기서 그림을 그리려면 허가를 받아야된다는데...
덕분에 주말의 인파까지 겹쳐서 여긴 인산인해다. 그래도 캔버스 속 그림은 괜찮아보인다.
그렇다고 여기에 갤러리가 없는 것은 아니고, 나름 아직 예술을 지켜가고 있는 중요한 곳이다. 사실 내가 이 때 너무 마음이 흉흉해서 너무 떨리는 나머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쓱 지나갔다.
그냥 파리는 꾸며진 분위기보다 이런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은 것 같다. 종종 좋은 도시는 걷기만해도 행복해진다는데, 그런 느낌과 비슷하달까?
거리에서 잡혀서 이렇게 갑자기 모델로 데뷔한 사람들도 있다. 과연 이 사람들까지 허가를 받았으려나? 여튼 이런 몽마르트르를 지나서 밑으로 내려왔다. 물론 내려올 때는 아까 봤던 그 이상한 Funiculaire를 탔는데, 생각보다 별 거 없이 내려왔다. 내려서 그냥 흉흉한 마음을 다잡아보겠다고 죽 걸어내려왔다.
원래도 딱히 계획이 없었는데, 정말 Flâner가 따로 없는 일정. 그냥 걷다보니 다음 갈 곳을 막연히 마음속으로만 정해놓고 갔는데, 나름 열심히 공사도 하고 일상적인 파리를 보니 에펠탑과 오르세가 지키고 있는 파리만큼 이런 파리도 괜찮다 싶다. 여튼 RER를 타보겠다며, 열심히 지하철을 안 타고 바깥으로 걸어다닌 뒤 겨우 A선 Auber역에 도착했다. 신기한 건 갈아타는 노선만큼 역의 이름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여튼 RER은 기차인지라, 정말 기차가 다닌다. 파리 지하철의 접이형 의자만 보다가 2층으로 된 열차를 보니 신기.하지만. 어차피 목적지인 La défense까지는 두 정거장, 금방 간다.
그러나 정작 여기 도착해서는 RER에서 나오느라 헤매고, RER에서 나오니까 갑자기 비가 와서 헤매고, 저 개선문은 올라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못 올라가는 거라서 헤맸다. 총체적 난국. 그래서 그냥 주위를 보다가 비오는 토요일 오후의 아름답게 문 닫은 풍경을 보고는 오리지널 개선문이나 보러 다시 길을 나섰다.
그렇게 1호선을 탔더니, 왠일로 문도 알아서 열리고 게다가 무인운전이라서 앞이 훤하게 이리 뚫려있다. 우와. 무인운전은 무섭지만 이럴 때는 괜찮다.
그렇게 올라온 개선문 위.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기 전에도 비가 온다는 것쯤은 역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축축한 분위기에서 느껴졌지만, 계단을 올라가면서 뭔가 요상하게 느껴지는 이 시원한 느낌 덕분에 힘을 받아서 올라갔다. 그리고 올라가니 역시나 비는 오고, 이 개선문 위에서 사람들이 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든 우산밖에 없어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사실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사진기가 비를 맞는 관계로 다들 몇 장 찍고 다들 들어갔다. 그러나, 뭐 난 우산도 있고, 카메라로 꾸역꾸역 찍을 열정도 가지고 있으므로 꾸준히 찍어봤다. 여기가 그 샹젤리제다. 첫 날 내가 파리에 오자마자 처음 개선문을 구경한다고 했을 때의 저 코너에 있던 사람 수와 비교하면, 저건 그냥 아무도 없는 수준이다.
그래, 난 저기를 정말 찍고만 왔구나.
Ce monument commencé en 1806 en l'honneur de la Grande Armée longtemps interrompu continue en 1323 avec une dédicace nouvelle a été achevé en 1836 par le roi louis philips premier qui l a consacré a la gloire des Armées Francaises.
이 개선문 모형을 지나서 난 다시 축축한 지하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3정거장을 가서 내렸다. Concorde. Rue Royale, 왕의 길.
그 곳에 간 이유는 바로 Ladurée때문이었다. 어제 즉흥여행에서 어제 라뒤레 샹젤리제에게 '공사중 간판' 패배를 당한 뒤 열심히 검색을 해보니, Rue Royale에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대충 샹젤리제를 따라가는 일직선상 루트를 짜면서 여기에 가보기로 했다.
가보니 비가 오는데도 여긴 이미 사람들이 많이 줄을 서있다. 그래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점원이 와서 묻길래, YES.라고 했더니
알고보니 그 줄은 카페의 줄이었다. 중심가에 있어서 그런지 바로 옆에 있기는 하지만 마카롱만 파는 매장이 따로 있고, 카페가 따로 있었는데, 가격을 보니 뭐 만만한 가격이 아니기도 하고, 혼자 와서 테이블을 차지하고는 깨작거리면서 앉아있으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약간 민폐인 것 같기도 해서 기다리던 줄에서 빠져나왔다.
그래서 들어간 바로 옆에 있는 마카롱 가게. ♥︎ <3이 예쁘게 장식된 가게, 그러나 여기도 줄을 서기는 마찬가지. 저기 문 앞까지 쭉 서있는 줄이 보이십니까그려. 역시나 여기도 사람이 많다.
사람들 전부 마카롱을 쳐다보면서 고르기 바쁘고, 점원들도 고객 한명당 한명씩 붙어서 상자나 봉투에 하나씩 마카롱을 담아주어야하는 관계로 안쪽에서 바쁘다. 덕분에 줄이 이리 길어진 건데, 사실 마카롱이 깨지기 쉬운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이런 식의 고객응대만 가능하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덕분에 가게도 쭉 둘러볼 수 있는 여유도 있고, 마카롱도 뭐가 있는지 쓱 둘러볼 수 있다. 아니면 진짜 관광객임을 티내면서 맹하게 혼자 와서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마카롱은 하나에 1.75€. 그리고 8개 이상 사면 종이봉투가 아닌 무료 종이상자에 담아준다. 이건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앞에서 내가 무료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라뒤레에는 무료가 아닌 종이상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상자에 아무것도 모른 채로 담았다가는 박스값만 10€씩 내는 아름다운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참고로 예를 들면 앞에 있는 6개짜리 마카롱 상자는 상자에 담으면 12.6€니까 상자 가격이 2.1€, 약 3000원정도다.
잇힝 비가 오니까 비닐 봉지에 담고, 종이 상자에 종이상자를 하나 또 받아서 주렁주렁 들고 나왔다. 이 떄 이걸 받을 때만 해도 한국에서 라뒤레가 들어온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논문을 쓸 떄가 되니 신세계백화점에 라뒤레가 들어왔다. 고로 난 첫날에 개장하자마자 바로 날아가서 라뒤레 사진을 찍어댔다. (요즘 라뒤레에는 어느샌가 사진촬영 불가라는 문구가 써져있다.) 참고로 한국에서 파는 라뒤레 마카롱은 스위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다.
그래서 기쁜 마음을 안고 라뒤레에서 다시 출.발.
그렇게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강을 건넜다. (사실 파리 센느강은 서울처럼 큰 강은 아니라서 지하철로 강을 건넌다는 게 큰 일은 아니지만.) 물론 지하철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좀 돌긴 했지만 그래도 Saint-Michel에 도착하는 데는 성공. 그러고 나서는 사실 이 근처에서 Sorbonne 대학을 찾아보려고 하였지만 내 눈 앞에 보이는 건 오래된 돌 건물뿐? 여튼 그래서 비도 오는데 사뿐사뿐 Jardin du Luxembourg까지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가려고 마음 먹었었으니까. 대학가라서 그런지 가다보니 주위에 트렌디한 상점도 많고, PAUL도 있다. 여튼 걷고 걷고 또 걸은 끝에 도착한 이곳. 사진찍은 이 건물은 현재 프랑스 국회의 상원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출입통제 중이다.
비가 오는지라 이 엄청난 공원에 사람은 드문드문 있고, 이 넓은 공원은 당연히 오리의 차지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음악 연주를 듣고 있다. 그래도 비오는 날 파리에서 공원 정자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색소폰 소리라니 낭만적이다. 여튼 주위에서 온 나와 비슷한 관광객은 내 손에 들려있는 Laduree의 출처에 대해서 궁금해 했고, 난 친절하게 Madeleine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의자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은 끝나버렸고, 난 다시 공원 안을 천천히 돌아다녀야했다.
분명 저 의자가 원래는 날씨 좋은 날 Tuileries처럼 꽉 차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텅 비어있다. 날씨가 좋다면, 파리지앙은 여기 예쁜 꽃가에서 책 읽는 아름다운 기분을 느낄 것 같다. 그나저나 저기에 의자 놓을 생각은 누가 제일 먼저 했을까?
그렇게 난 공원에는 역시 날이 좋아야 볼 것이 있어. 하고 나왔는데 아 그러고보니 Fontaine Médicis는 안 보고 나왔네? 그냥 가고싶은 곳을 지도 찾아서 여행을 다니면 여행책자에 중요하게 표시된 곳은 이렇게 빠뜨리는 안좋은 일이 생긴다.
난 그냥 여기서 Dalloyau나 발견했다. 매장은 그냥 정말 동네 제과점 느낌이다. 우리 집 앞 제과점 느낌. 물론 당연히 가게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보다가 마카롱은 사지 않고 나왔다. 왜냐하면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수입해서 백화점 안에 들여다 놓은 몇 가지 마카롱 브랜드 중에 달로와요도 포함되어 있어서 한국에서도 팔기 때문이다.
난 다시 Saint-Michel을 따라 왔던 곳으로 돌아왔다. 비가 오니까 천천히.
이게 그 Midnight in Paris에서 극찬하던 비오는 날의 파리? 근데 진짜 예쁘다. "Actually, Paris is the most beautiful in the rain."
이제 바로 앞에는 Cite. 원래 로마군의 점령지였고, Paris의 시작이었다는 이 곳은 이제 Sainte-Chapelle, Conciergerie, 그리고 그 유명한
Notre Dame de Paris.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다. 고딕 양식의 집합체라는 이 엄청난 건물의... 위를 올라가려고 했지만 이미 6시는 한참 지났고, 난 밖에서 어떻게 하지 하면서 서성이다가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미사가 진행중이었다. 빈에서도 성 스테판 대성당에서 미사를 볼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그 떄는 자리가 좁아서 얼른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 성당에서 실제 미사가 벌어지는 걸 볼만큼은 여유가 있어서 좀 지켜봤다.
좀 오래 지켜봤더니 사람들이 나와서 무언가를 받아가기도 한다. 당연히 뭔가 성스러운 건 알겠는데 이게 대체 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프랑스어를 정복하지 않는 한 힘든 걸로 판단했다. 그런데 흑인 신부님들을 보니까 뭔가 신기하다. (이 발언이 인종차별적일 수 있다는 건 알겠지만 프랑스에서 흑인 신부님들 보니까 개인적으로 신기한 건 어쩔 수 없다. 막 흑인 예수가 떠오른달까?)
여튼 그래서 미사를 좀 지켜보다가 대성당에서 엄마에게 선물할 양초 하나를 들고 빠져나왔다. 혹시 시간이 되면 토요일인 내일 오후에 와서 합창단의 공연을 들으면서 나머지 Cite를 탐험해보기로 하면서 말이다.
이제 시간은 늦을 대로 늦었고 파리 노동자들의 저녁의 소중함을 지켜주기 위해서인지 아마도 에펠탑을 제외한 모든 관광명소의 출입은 끝났을거다. 덕분에 비가 오는데 방랑하는 여행자 1은 그냥 비오는 예쁜 파리를 걸어다니면서 쏘다니기 시작했다. 정말 제대로 flâneur가 된 느낌이다.
앞에 보이는 다리가 Pont Neuf. 이름은 새로운 다리이지만 지금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는데. 비가 와서 다리의 불빛이 희미하게 번진 느낌이 오히려 다리를 더 신비롭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보니 이걸 놓치고 그냥 갔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시계탑(이었지만 대혁명 때 사라졌다가 19세기에 다시 복구한 시계탑). 지금까지 본 시계탑, 그리고 시계 중에는 가장 예쁜 시계였다. 개인적으로 프라하 시계보다 훨씬 사람들이 몰릴 가치가 있어 보인다. (만약이 비가 오지 않는 샤방샤방한 날씨였다면 더더욱.)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 대충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Chatelet-Les Halles에 가면 된다길래 강을 건너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파리의 이 음산한 어두움이 짙게 깔린 거리를 걷자니... 흠... 사실 이 길에 괜찮은 레스토랑이나 가게들도 있어 보이고, 사진처럼 갤러리 강연도 있는 걸로 봐서 낮에 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여길 밤에 오니 살짝 뭔가 무서운 느낌도 솔솔 든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지하철역. 지하로 들어가라길래 공사장 옆 소굴처럼 생긴 아케이드로 들어가는 데까지는 그나마 쉽게 성공했는데, 그 안에서 돌고 돌고 또 도느라 지하철을 타는데 엄청 오래 걸렸다. 사실 일단 게이트 안으로 찾아들어가는 건 쉬웠는데 가다보니 갑자기 빙글빙글 돌게 만드는 아리송한 표지판, 거리의 악사들...(과 가방 속 돈을 빼앗아가는 바람에 싸우는 사람들) 덕분에 시간이 더 걸렸단다. 사실 처음에는 빨리 찾을 줄 알고 지하에 천장이 높은 몰도 나와서 구경도 할겸 쉬엄쉬엄 가려고 했지만, 이건 진짜 길 잘 찾는 나에게도 난이도가 높은 미션이었다.
그러다가 지하철만 보면 파리를 오나 서울을 오나 똑..(같지는 않다. 파리 지하철은 역사 내부도 Art Nouveau 스타일이니까.)같다고 보고 그냥 지하철을 내려버렸다. 그렇게 해서 대뜸 보게 된 Palais Garnier. 그러나, 여기서 내려서 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마치 진짜 Parisien이 된 것처럼 정신차려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 아이폰과 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버스를 갈아타고서야 집에 가는데 성공. 뭐 물론 소소하게 파리를 바라본 것에 대해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내일은 일요일. Museum Day라서 많은 박물관이 무료입장을 실시한다. 그래서 난 무료가 아닌 곳에 가겠다고 이미 예전부터 마음을 먹었고, 표를 사서 쭉 훓어보다가 갈 곳을 정했다. 그래서 내일의 행선지는? Versa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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