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2017, Let's have a nice day.
지난 2016년은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회사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개표결과를 지켜보았고, 트럼프의 당선 개표결과를 지켜보았다. 그때마다 시장은 패닉이었고, 난 그 시장 데이터를 그대로 평가에 반영하고 얼른 퇴근했다. 마지막 엔딩에는 2번째 대통령 탄핵을 몰고온 엄청난 그림자 대통령 스캔들이 있었고, 물론 이 결과도 난 회사에서 동영상으로 봤다. 직전 몇 번의 촛불 집회에도 참석했었다. 2주간 여행에 다녀온 뒤 뉴스를 다시 보았지만,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이건 정말 차원이 다른 복잡함이다.
하지만 내게 2016년은 길고 긴 체력저하 행군의 종지부를 찍는 한 해였다. 사실 병특 첫 해였고 아직 훈련소를 다녀오기 전이었던 2013년을 제외한다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내게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해들이었다. 나오자마자 세웠던 나름의 계획들이 있었기에 2월부터 당장 GRE 학원에 다녔고, 9월쯤 미리 등록해놨던 CFA 1차 시험을 시작해서 줄줄히 시험을 봐야했다. 덕분에 2014년에 GRE는 3+번 정도 봤던 것 같고, CFA는 12월 1차를 시작으로 2, 3차 시험을 보았으며, 이 중간에 LEET를 2번 보았고, 올해는 여기에 덧붙여서 한국은행 경영학 시험과 투자자산운용사 시험까지 보았다. 물론 이것은 따로 준비해서 본 시험만 카운트 한 것이고, 텝스나 토익은 제외다. 오히려 학교를 다닐 때는 방학이라는 쉬는 시간이 있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방학이라는 개념은 없었고, 대부분 내가 준비했던 시험은 회사 업무와는 크게 상관없이 나의 선호에 의해 준비하는 시험이니 퇴근한 뒤에나 준비할 수 있었고 따라서 왠만한 저녁시간과 주말은 시험공부에 온전히 쏟아야했다. 더군다나 준비했던 시간조차 빠듯한 것이 대부분이라 덕분에 한창 시험을 준비할 봄, 여름의 휴가는 꿈꾸지 못할 것들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왜인지 모르게 겨울에만 휴가를 간다고 인식될 정도로 겨울 휴가에 나조차 익숙해졌다.
물론 이것들의 결과가 그닥 좋았던 것은 아니다. 저 중에 제대로 끝맺음을 한 것은 CFA와 투자자산운용사 뿐이었다. LEET는 나름 믿고 있었던 추리논증 파트가 추리논증의 수리퍼즐 분야 문제의 수가 2년 연속으로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2년 연속으로 언어이해 파트보다 실점수, 표준점수 둘다 낮게 나왔고, 이 덕분에 상위 30% 정도의 성적을 받았다. 사실 이 부분은 약간 의아한 부분인데, 아무리 그래도 대체 왜 언어이해를 더 잘 보았는지는 아직도 파악 불가지만 그래도 2달 반 정도의 짧은 기간동안 야간에만 공부하면서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이 정도 성과를 냈다는 데에 약간의 아쉬움만을 보태기로 했다... 특히 LEET의 경우 총 객관식 시험 시간은 3시간이고 논술이 2시간이라 퇴근하고 하루에 언어, 추리 기출 시험을 풀고 채점하기도 힘들었다. 물론 학원 등록을 안했으니 모의고사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논술은 매년 시험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봤다. (그런데 나보다 못 본 사람들은 full-time으로 준비해서 그정도였던건가?) 그래서 2015년에는 원서조차 쓰지 않고 마감했고, 올해는 이 분야의 완전한 exit을 위해서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 원서를 써서 연대 로스쿨에 떨어졌다. 참고로 내 학점이 진작부터 로스쿨을 준비하며 학점을 준비한 학생들과 비교하면 낮은 편인데다가, LEET 점수도 낮았고 EC의 비중은 있다고 하더라도 연이은 로스쿨 부정학 스캔들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원서를 쓸때부터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래도 붙기 위해서 다른 로스쿨에 원서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로스쿨 진학 목표가 단순한 변호사 자격 취득은 아니었으니까. 덤으로 로스쿨 원서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KAIST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졸업 학번별로 학점이 등수로 계산되어 관리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대충 위쪽에 누가 있는지도 파악했다. 짧게 총평하면 내가 거주하던 4층 우리 쪽 복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국은행 시험은 꼴랑 2달 준비해서 (물론 CFA 준비한 배경지식이 있기는 했지만) 시험을 봤는데, CPA 재무관리와 경영학 교재를 밤마다 LEET 준비할 때처럼 새벽 2~3시까지 공부하고 출근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마지막 시험 직전에는 4시까지 공부하고 회사에 출근했으니 체력이 바닥날 만도 하다. 덕분에 CPA를 합격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되었다는 것은 덤이다. CFA 3차까지와 CPA 재무관리의 난이도를 비교하면 안타깝게도 CPA가 몇 단계 위다. 특히 이른바 기업재무 파트인 MM 쪽 분량이 엄청났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회계사들이 파생상품 이해못한다고 엄청 답답했었는데 시험 준비한 뒤로 죄송해졌다. 여튼 2016년은 특히 CFA부터 몇 달동안 쉬지않고 달려왔으니 10월의 마지막쯤에는 체력 저하가 급격해져서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거의 처음 보는 일반경영학 개념과, 처음 보는 MM Tax Shield 속을 혼자 열심히 헤치고 나갔던 끝에 2012년 통계로 시험본 것 보다는 문제도 훨씬 잘 풀었고, 논술도 내게 괜찮은 주제라 거의 원고지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써서 아주 조금 기대했는데, 떨어졌다. 사실 한쪽으로 기대했던 이유가 시험문제가 개별적으로 각자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이게 바로바로 쓰지 않으면 시간이 부족한게 문제라서 모의고사 경험과 중급 회계쪽 대비가 전혀 없는 내게는 불리한 싸움이었지만, 그래도 지역인재선발제도 가산점이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했었는데, 알고보니 이게 몇년 전에는 10%였는데 올해는 5%로 줄어있었다. (가산점은 공지에 짤막하게 올라오고 끝나니까 어디에 호소할 곳도 없다.) 그리고 마지막 투자자산운용사는 될대로 되라며 겨우 교재만 한번 딱 보고 갔는데 붙었다. 역시 CFA 공부를 헛으로 한 건 아닌가보다. 원래 시험에서 법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줄 모르고 포트폴리오 이론, APT, CAPM이나 나올 줄 알았는데, 사실 교재보고 멘붕했었다. 내가 뭘 등록한거지. 그러나 결과적으로 커트라인보다 훨씬 높게 붙었다.
결국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나는 계속 달려왔다. 사실 병특 3년이 끝난 뒤로 가고 싶은 회사에 원서도 내고, 회사 면접도 보긴 했지만 결국 이직에는 실패했고, 4년을 꽉 채워서 현 직장에 다니는 현 상황에 도달했다. 혹 사람들은 (특히 회사 사람들) 내가 유학에 관심이 있는 줄 알지만, 안타깝게도 난 GRE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을 보고-그러고보니 이것도 거의 70%네-유학은 애초에 접은 터라 토플 성적도 없어서 원서 지원도 불가능한 상태다. 그래서 내일인 1월 2일부로 사표를 내고 2월부터 4월까지는 쉬면서 앞 뒤를 돌아볼 계획이다. 사실 이 생각은 몇 달 전부터 고민하다 쿠바 여행을 가기 한 달 전 정도 쿠바 여행과 같이 계획했던 사항이라 그리 급히 생각한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 회사만큼 출퇴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금융 관련 직장도 거의 없고 다른 회사에서 내가 이 정도 경력에 내가 믿음을 받으면서 일하기도, 주도적으로 일을 피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내가 앞으로 계속 이 회사에서 미래를 꿈꾸고, 계속 다닐 것이 아니라면 내가 그리던 미래와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 이제 이 곳을 물리적으로 벗어나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더 성숙하려면 그 편안함에서 벗어나야하니까. 특히 CFA의 4년 경력 기준이 이제 만족되니 부담없이 떠나기로 했다. 4월이 지나고 난 어떤 세상을 살게될까. 그래도 CFA랑 투자자산운용사는 있으니까 자산운용 쪽은 그래도 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관측을 해보며... Happy new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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