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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inuous 2017. 8. 22. 00:32

1카림 2쿠바

오늘 엄청 오랜만인 거같은 유리누나를 만났다. 요즘 내가 문화생활을 전혀 못하고 있는 지라 예술의 전당에서 산업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 전을 보기로 계획을 엄청 전부터 잡고 만나기로 했다. 사실 원래는 주말에나 뵐 수 있었던 워커홀릭인 분이 평일에 휴가를 내고 나를 보는 지 궁금하긴 했는데 그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일단 만나자마자 임신 3개월째라길래 축하부터 해주고, 그래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느라 밥도 못 먹고 반은 굶은 상태의 누나를 만났다. 그러나 난 이따 쉐이크 쉑에 가자며 '일단 전시 보고 밥 먹자'는 나쁜 말을 해주었다.

전시는 사실 처음 들어가서 굴곡진 가우디풍의 제품 디자인을 보면서, 무슨 컨셉 디자인이 이렇게 많이 가져다놨나하면서 약간 퉁명스럽게 시작했다. 더군다나 오디오 가이드가 아이폰에서는 화면이 꺼지면 나오지 않는 증상이 있어서, 누나는 열심히 들을 때 난 진작에 포기하고 시작했다. 더군다나 뒤쪽에 가니 디자이너로서의 카림 라시드가 아닌 예술가로서의 카림 라시드의 작품이 나오면서 뭔가 전시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약간 DDP 개장 초기에 전시회를 열었던 자하 하디드전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전부 여기 전시된 제품들은 판매가 된 제품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비디오를 보고 알게 됐다. 그러나 때는 이미 한참 늦으리. 여튼 그렇게 보니 작품이 꽤나 괜찮은 것도 같다. 카림 라시드가 '아주 오랫동안 디자인은 소수의 엘리트와 배타적인 문화권을 위해서만 존재했다.'라고 했다던데, 여러 방면으로 자기 재능을 뽐내려고 했나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그의 디자인은 파리바게트 물통이겠지만. 집에 와서 오디오가이드를 시간을 오후 2시로 돌려놓고 비행기 모드로 하나하나 설명을 들어보니, 오디오 가이드를 포기하지 않고 들어볼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후문.

그렇게 청담 쉐이크 쉑에서 버거 한상을 차려놓고 수다를 펼쳐놓고 쿠바 사진/그림전인 ‘나를 기억해! 쿠바(Recuérdame Cuba)’가 열리는 압구정 캐논갤러리까지 찾아갔다. 뭐 일단 내가 가고 싶어서 얼굴을 보자마자 가자고 말은 했지만, 원래 여긴 나 혼자 조용히 가려던 곳이었다. 왠지 여기는 쿠바에 다녀온 지 8개월 된 내가 느끼는 감정과 이런 여행지에 매력을 못 느끼는 유리누나의 관심 정도가 많이 다를 것 같았기 때문인데 이는 실제로 그러했다. 난 스페인어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입국해서 좌충우돌하던 장소 하나하나가 선명히 기억이 나니 황홀해했는데, 유리누나는 사진을 보며 어떻게 이런 곳을 여행할 수 있냐며, 위험을 깊이 느끼면서 사진을 보았다. 더군다나 임신부라 돌아다니면 피곤함이 녹녹히 올라오는데 난 나 혼자 좋아서 '여기 너무 좋아' 라면서 피냐 콜라다와 벽에 붙어있는 노래 가사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사실 사진을 찍은 위치를 보니 아바나 사진, 특히 까피톨리오부터 말레꽁까지의 사진이 꽤 많았고(그래서 유리누나는 전시장을 나오며 아바나에는 유적지가 없냐며 나에게 물었었다.), 공간이 협소해서 그런지 영상에서 짤막하게 나오지만 내가 좋아했던 트리니다드와 바라데로 사진이 별로 없었다는 게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그림은 왜 기억이 잘 없는 것인가.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디선가 낯이 익어서 오랫동안 기억을 떠올려보니 사진작가인 전명진씨와 화가인 김물길씨는 내가 엄청 좋아했던 여행 프로그램 중 하나인 '손미나의 여행의 기술'에서 많이 보던 분들이었다. ^^ 이렇게 전시를 보고 지하 1층을 빠져나오는데... 전시장에는 우리 일행 둘과 작가 화가분까지 4명만 있었으나, 그 순간에 사진이라도 같이 찍어달라고 하려다가 차마 말을 못 걸고 그냥 나와버렸다. 하아. (아 이 낯가림때문에 중남미 여행에서도 한국 사람들과 먼저 말을 못 걸었는데 이게 서울 한복판에서도 도지다니....) 그리고는 집에 와서 쿠바에 갔었던 슬아랑 보람누나한테 이런 전시가 있으니 한 번 가보라고 추천까지 해주었다. 혹시 CUC 집에 남은 거 있으면 사인 받으러 가져가라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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