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17년
아무리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있다고 해도 밤하늘 은하수를 온전히 내려다보는 것만 못했다. 눈부시지 않게 눈부신 밤하늘 은하수의 별빛.
사실 2017년은 빨강머리 앤보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더 깊이 읽은 한 해였다. 정작 소설은 유튜브로 각색되어서 봤다는 사실. 책은 사놨으니 읽기만 하면 된다. 캐번디시는 언제나 가볼 수 있으려나.
개인적으로 올해 웹드라마를 워낙 많이 봐서, 사실 백수라 엄청 많이 봤었는데 단연코 연플리가 1등입니다. 뭘 봤는지 적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이 함정. 진짜 신입사원의 파릇파릇한 마인드만 충전했다.
난 도깨비도 잘 안 봐서 제대로 본 드라마는 청춘시대2와 더 패키지가 전부이다. 그러나 청춘시대2는 작년의 청춘시대처럼 시즌2 소식에 엄청 기대했고, 난 바뀐 지우도 품고 드라마를 잘 보았다(가 아니라 난 바뀐 지우도 좋던데). 혹자는 드라마의 테마가 달라졌다며 실패한 시즌이라고 하더라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드라마는 원래 단편에서나 하던 드라마였다고. 난 시즌3도 해준다면 버선발로 나가서 마중할 생각.
그때부터였다. 우연이었다. 다만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것뿐이었다. 생각이 비슷했던 것도 아니고, 취미가 같았던 것도 아니고, 성장배경이 비슷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 이유는 그뿐이었다. 그리고 그거면 충분했다. 그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 박연선, 청춘시대2
한달 출근하고, 두달 여행하고, 아홉달 백수였다. 물론 백수라고 저렇게 집에서 추리닝만 입은 건 아니지만, 정말 놀라운 2017년이었다.
내 미래가 안개, 구름 속인 것도 한몫하지만 요즘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구분 못하는 걸 보고 있자니 뭐 돌아가는 세상도 다들 그냥 안개 속을 걷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완전히 안개 속에 있다는 것.
지금 와서 생각하면 두 달은 너무너무 짧았다. 정말 한 6달은 다닐 걸 그랬다. 저기는 과나후아토의 피필라 전망대.
퇴사 전과 퇴사 후는 달랐다. 180도.
난 잉카제국의 후손도 아니고, 성스러운 계곡 투어 전에 제대로 쿠스코를 관광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계곡이라면 계곡에 성스럽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 드넓은 초지, 잉카의 유적, 그리고 그 끝에 돌무더기로 만들어진 미지의 하늘도시인 마추픽추까지. (아구아스칼리엔테스는 빼고) 평화로운 페루를 흠뻑 느낄 수 있던 순간이다. 사실 이걸로는 2017년의 순간에 부족한데, 이건 다음에 이어서 설명하기로.
돈도 못 벌고 이러고 있다만 먹고자는 즐거움은 언제나 그렇듯 깨우치고 살고 있다. 여행보다 집이 좋은 이유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돈 안내고 잠자고 돈 안내고 먹는 데에 있다. 참고로 이 포켓몬의 이름이 '먹고자'
그래도 이번에는 중급회계는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 (기간 대비 효율 측면에서는 100점 만점에 90점은 된다) 요즘에는 FI쪽을 보고 있는데... 굳힌 머리 풀기 참 힘들다.
이 국립공원 무료입장권을 4월부터 받아놓고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결국 가지 못하고 2017년을 마감해버렸다. 참고로 저 티켓의 신청비용 + 한국까지 우편비용은 무료였다.
개인적으로 올해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칠월인지 안생인지, 아니면 칠월에서 안생이 되려하는지, 안생에서 칠월이 되려하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우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물론 택시운전사와 같은 좋은 영화도 있지만 올해 영화 중 한 영화만 꼽으라면 옥자도 아니고, 라라랜드도 아닌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역시 이걸 굳이 보려했던 나의 끌림과 촉은 대단했다. 过得折腾一点也不一定不幸福,就是太辛苦了。
여기서 2는 2차 면접에서 워낙 많이 떨어져서도 아니고, 2달동안 여행을 다녀와서도 아니고, 마음이 콩콩 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진짜 20대와 안녕이라서 그런 것이라는 부가적 설명.
올해 내 의견은 물음표. 언제나 물음표.
올해 대통령선거와 그 이전의 몇 가지 사건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당위성을 축약적으로 표현한 민주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 (사실 이 말은 2012년에 나왔다.) 평등하지 못한 기회, 공정하지 못한 과정, 정의롭지 못한 결과로는 우리가 살고있는 민주사회를 지탱할 수 없다.
덤으로 나에게 의미있던 말 몇 개를 더 적자면,
Funny how sometimes you worry a lot about something and it turns out to be nothing. – Wonder, R. J. Palacio
이십대 초반에 엄마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인연들처럼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할 수 있는 얼굴들이 아직도 엄마의 인생에 많이 남아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 인연도 잃어버린 인연을 대체해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 최은영, 쇼코의 미소
올해 유난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시간이 흘러가고, 사람들과 기술들은 더 바삐 움직이는데, 나만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가까웠던 사람들과 친한 사람들, 공통점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애매모호한 선후관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았다. 물론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지만, 시작이 반이다.
갑자기 내가 좋아했던 몇몇 라디오 프로그램이 사라졌던 2016년이었다. 쳇. 그리고 그나마 새로 생긴 내 취향의 프로그램이 라디오 디톡스. 처음부터 끝까지 밤의 조곤한 감성인데 난 이런 걸 일하면서도 들었다. 예전에 모 라디오 PD와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결론이 그냥 여자DJ.
성스러운 계곡의 노란 꽃밭 언덕을 바라보며 들었던 그 당시 신곡 치즈의 좋아해(bye). 덕분에 이 노래를 들으면 성스러운 계곡의 빨간 벽돌집, 노란 꽃밭, 푸른 하늘과 파란 초지가 떠오른다. 마치 바람기억을 들으면 빈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가 떠오르듯 .
덤으로 올해 내가 고른 노래로 컴플레이션 앨범을 만든다면...
좋아해 (bye) - 치즈 ★
Something Just Like This - The Chainsmokers, Coldplay
마법소녀 - 백아연
빨간 맛 – 레드벨벳
마지막처럼 - 블랙핑크
그대의 우주 - 이예린(제 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Linda Linda - 프롬
오늘 같은 날엔 - 드레인(청춘시대2 ST)
있잖아 - 폴킴(연애플레이리스트2 ST)
내일도 또 내일도 - 위수
아름다운 날 - Mannheim Boys' Choir(더 패키지 ST)
누군가의 빛나던 - 위수(Bright #6)
그리고... Square - 백예린
남미여행은 굳이 뽐뿌질이 없었어도 갔겠지만, 쿠바여행을 하면서 멕시코시티를 관광했기에 멕시코는 정말 다른 사람의 뽐뿌질이 없었으면 안 갔을게다. 결국 두 명의 추천 덕분에 쉽지 않은 경험을 했다. 내가 멕시코시티를 관광할 때 퀘레타로에서 멕시코시티 주변을 추천해주었던 한 명과, 앙헬리타 세노테 사진을 보내주며 여긴 안 가보냐고 물었던 두 명. 물론 지금 그 두 명은 그 말이 추천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말의 의미는 내가 그 안에서 말을 곱씹으며 의미를 만들어내는 만큼 생긴다.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남미 여행보다 멕시코 여행이 심적으로 편했다. 그냥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다닌 여행이라서 마음이 편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에게는 위험함이 먼저 보였던 그 곳에서 난 묘하게 이국적인 모습과 한국적인 모습을 보았고, 저렴한 물가까지 좋은 점뿐이었다. 조사하지 않은 만큼 놀라웠던 메히꼬.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정사각형으로 사진을 크롭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정사각형으로 이과수 폭포를 표현하면 잘리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저 곳에 굳이 모르고 갔다면 지구에서 가장 큰 폭포라는 설명은 잠시 놓아두어도 된다. 다만, 자연 앞에 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그리고 인류는 그 속에서 얼마나 대단한가를 같이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이과수 폭포는 꼭 가라던 사람들의 충고가 고맙다.
수 천 장의 사진을 찍었던 남미의 마법. 우유니 소금 사막. 지평선과 하늘이 만들어내는 마법은, 日日新又日新에 딱 맞는 장소이다. 가봐야만 알수 있고, 가봤어도 계속 있어봐야만 알 수 있는 우유니 소금 사막.
여행을 다니면서, 그리고 서울에서도 많은 음식을 먹었지만 맛 뿐만 아니라 음식이 준 임팩트만 따지자면 단연코 이런 음식은 없었다. 난 이 메스칼 덕분에 와하까에서 여행 하루를 날리고, 정말 30시간동안 잠만 잤다. 이게 다 맛있는 누에즈 메스칼을 냠냠 먹었던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저 메스칼들은 다 맛있었다 냠냠. 단 40도인걸 까먹고 막 먹은 게 문제.
백수라 생활패턴이 반대로 돌아가서 공부는 밤에만 했다. 대학때부터 하던 버릇 제대로 나온다. 사람이 쉽게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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