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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8| | 직장인의 첫 휴가.
Continuous 2013. 10. 28. 00:46

직장인의 첫 휴가.

다들 휴가를 쓴다는 여름은 그냥 우야무야 지나갔고, 큰 맘 먹고 지른 10월 중순 장기 휴가는 단칼에 거절됐다. 사실 내 마음 같아서는 이 휴가를 전부 입소 직후 1월에 다 쓰고 싶지만 대충 분위기를 보면 미룰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올해 있는 휴가를 전부 올해에 써야했다. 그래서 일단 금요일 3번에 입대전 3일로 개인적으로 마음을 먹고 휴가계획을 세우려고 했는데, 저렇게 짜글짜글해서는 할 게 없다.

여튼 첫 휴가였던 25일. 당연히 늦잠을 자고 뒹굴거리다가 전날 예매했던 그래비티 IMAX 3D를 봤는데. 오 이건 장난이 아니다. 영화에 당연히 빠질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보니 정말 내가 우주에 떠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영상이 약간 어질어질한데, 내 안경과 3D 상영용 안경의 오묘한 부조화가 만들어낸 결과인 것 같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재난 영화라 그런지 순간순간이 방심할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고, 별로 무서운 장면이 나오지도 않고, 피가 나오는 영화도 아닌데, 영화가 무섭고 으시시하다. 정말 무서운 장면이 나오지 않는 무서운 영화이다. 그렇게 정말 엄청난 속도와 고난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들을 잡고 흔드는데,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중력의 감사함과 함께 지구와 산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해준다. 정말 우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야말로 멘붕에 빠질 것 같다.

그러곤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에서 진짜 머리를 짧게 자르겠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기다리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 당연히 주중에 금요일 오후라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정말 한참을 기다렸다. 게다가 기장이 생각보다 길게 나와서 조금씩 쳐내느라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그렇게 3시가 되서야 난 오늘의 하이라이트 일정인 간송미술관을 향했다.

간송미술관, 우리나라 최고의 민속예술 전문 사립 미술관으로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재를 털어가며 일제강점기에 문화재를 모아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풍문에 의하면 집 한채 가격의 문화재를 팔겠다고 했더니 집 열채 값을 더 주었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만큼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수집한 분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에 의해 1번, 미 군정 시절에 미군에 의해 1번 크게 털렸는데, 덕분에 간송미술관의 가치는 수직상승했다. 실제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 위치가 정확히 알려진 유일한 보유지이다. 여튼 난 당연히 평일 오후라서 느즈막히 가도 줄을 그리 길게 서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6시 마감인 미술관 입구에 3시 40분에 도착하자마자 내 앞에는 오늘 전시 입장 마감이라는 푯말이 서있다. (!) 그래도 오늘 굳이 휴가까지 내서 여길 보러 왔는데 보지 않으면 분하고 억울할 것 같아서(라지만 사실 머리를 자르지 말고 일단 여기로 왔어야 했다는 생각을 줄을 보자마자 했다. 대충 오후 2시쯤에 도착했으면 넉넉히 보고 머리를 잘라도 됐을텐데.) 들어가는 내내 밖에서 기다리다보니 해가 떨어지니까 밖에서 기다리기가 춥다. 덜덜 떨면서 미술관 안에서도 굽이굽이 줄을 서기를 2시간. 긴 시간을 기다려서 결국 들어갔다. 입장한 시간은 5시 45분. 15분 뒤면 폐관시간이다. 결국 그림은 스쳐지나가듯이 보았다. 그래도 교과서와 TV에서만 보던 신윤복의 단오 그림이 실제로 존재하는 그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김홍도가 그린 개 그림이 그렇게 세밀할 수가 없다는 사실. 그리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조선시대 그림에도 약간 묻어나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조선의 풍경화 속의 여백의 미는 진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게 15분만의 감상이 끝났다. 2층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보는데 6시가 넘으니까 막 재촉도 하고 막 중간에 불을 꺼버리기도 했다. ㅠㅠ 다음에는 진짜 빨리 와야겠다. 근데 평일에 다시 올 기회가 생길런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그냥 반차쓰고 보러다녀와도 될 것 같기도 한데?) 여튼 간송미술관 앞에는 서울성곽이 있고 바로 너머에 서울과학고가 있었다. 역시 설곽이 위치가 참 좋다.

그렇게 늦은 저녁을 때우기 위해서 아까 눈여겨둔 츄러스가게 Chocolate con Churros를 갔다. 분홍색 간판부터 인상적이었는데, 정말 뭔가 들어가고 싶게 생긴 가게였다. 사실 뭔가 Xurreria의 느낌이 날 것 같아서 들어가봤는데, 여기는 내가 스페인어를 하지 못해서 문제였지, 이름부터 초코라떼와 츄러스를 파는 가게였다. 난 초콜릿인줄 알았는데. 들어가보니 걸죽한 초코라떼와 츄러스를 파는데, 난 다음 일정때문에 가게에서 여유롭게 먹을 시간이 없어서 시나몬 츄러스 2개와 스패니시 초코라떼를 사서 나왔다. 츄러스 1개에 3500원이라길래 왜 이렇게 비싼가 했었는데 알고보니 주문 하나당 2개씩 나오는 것이었다. 여튼 츄러스는 완전 맛있었다. 시나몬이 역시 진리다. 걸죽한 초코라떼에 찍어서 지하철에서 민폐 끼치면서 냄새 내고 먹는데도 나 혼자 기뻐하고 있었다. 누가 만든 조합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적절한 조합이다.

그러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SBS 방송 강연에 갔다. VirginiaTech의 로봇공학 교수로 재직중인 데니스홍 교수가 자신의 꿈과 로봇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하는 강연이었는데, 원래 내가 뼈속까지 이과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정말 재밌게 들었다. 사실 기계과에 다니는 동생도 굉장히 재밌게 보았고 싸인까지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나에게는 아프니까 청춘이고, 무조건 도전하라는 강연보다는 현실을 자각하면서 새로운 꿈을 찾게해주는 이런 강연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면서 사실 진짜 내 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게 됐다. 어쩌면 내가 원래 하고 싶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서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었는데, 과연 내가 진짜 이런 방향으로 나를 몰아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때는 나에게도 저런 꿈이 있었을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그냥 돈 많이 버는, 물질의 풍요를 채우는 직업을 가지는 게 현실적인 목표가 된건가? 여튼 교수님에게는 로봇공학자 외에도 요리사 마술사와 같은 꿈이 있다는데, 나에게도 요리 관련 꿈. 그리고 예술과 관련된 꿈이 하나씩은 있으니까 이것부터 잘 실현해나가야겠다. 그리고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을 꿈꾸어보아야겠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일요일은 저번에 퀴즈프로그램에 같이 나갔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춘천마라톤 10km를 뛰기로 했었고, 토요일에는 그 전에 양평에서 미니 엠티를 가기로 했었다. 그러나 양평과 춘천은 지하철로 한참 돌아야 갈 수 있는 곳이었고, 결국 우리는 콜밴을 불러야했다. 물론 난 집에서 늦잠을 자다가 30분동안 트레이닝복 바지를 찾다가 포기했고, 결국에는 홈플러스에서 바지를 하나 사서 가느라 1시간 반을 늦었다.(!) 결국 한참 뒤에 도착한 우리는 열심히 용진이가 구운 고기를 먹었고, 수다를 떨다가 섯다를 구경하고 그냥 잠들었다. 개인적으로 섯다를 치지 않았던 4명에 속해있던 지라, 난 열심히 CC만 했다. 개인적으로 양평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마음도 컸지만 다들 간다길래 다음날 아침 나도 제일 늦게 일어났다. 예상대로 콜밴에 몸을 실는 순간은 추웠다. 사실 양평역에 내려서 택시를 기다릴 때도 춥긴 했었는데, 이 추위에 10km를 뛴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춘천에 도착하니 다들 반팔 반바지를 입고 뛸 준비를 하고 계셔서 진짜 깜짝 놀랐다. 그러나 9시에 출발한다길래 도착한 출발지점에서 풀코스 출발 시간보다 1시간 뒤인 10시에 달린다는 소식을 듣고 약간 아찔했다. (나누어준 바람막이를 입어도 추운데 이 추위에 1시간이나 더 노출되어야한다니.) 게다가 예약한 itx는 12시 10분 출발이라서 정말 뛰자마자 바로 역으로 출발해야할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한시간인 1시간 반 뒤에는 뛸 수 없으니 여튼 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였다.

정말 추워보이는 치어리더들을 따라하면서 몸을 풀다가 급격하게 지치고 보니 10시가 되었고 난 10시 5분이 다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일단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난 사실 하루에 10km를 걷지도 않는 사람이라서 그냥 멋도 모르고 일단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정말 꾸준히 달렸다. 그리고 반환점을 돌 때 다가오는 일행들을 보면서 내가 우리 일행 중에서 꽤 앞에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긴 오르막의 끝에서 잠깐잠깐 걸었지만 처음으로 달린 것치곤 준수한 기록인 1시간 0분 51초로 들어올 수 있었다. 사실 나도 뛰면서도, 들어오고나서도 내가 왜 이렇게 잘 뛴 것인가에 대해서 계속 의문을 가졌는데, 나름 수영을 요즘 꾸준하게 한 것이 이런 식으로도 효과가 나오나보다. (아니면 내가 원래 지구력에 소질이 있던가) 학교에서 한 행사 덕분에 나름 엄청나게 운동도 하고 재밌는 추억도 만들어서 재밌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뛰고 돌아오고나서도 행사 진행을 위해 쉬지도 못하고 일하고 계시는 분들이 사뭇 대단해보였다. 역시 MBA분들은 다른가보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오고 나니 피곤해서 자고, 알이 엄청 배겨서 찜질도 했는데 과연 이 이게 언제 사라질지 모르겠다. 이번 주 안에는 사라지려나? 그렇게 이번 1+2 휴일이 종료되었다. 아 내일 출근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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