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집에 가만히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죽이다가 갑자기 집 앞 월드컵경기장에서 한다는 K리그 올스타전이 떠올랐다. 그렇게 나는 이틀 전에 표를 예매하고 경기장을 찾았다. 이번 올스타전은 10년 전 한일월드컵 멤버들이 이를 기념하여 TEAM 2002로 팀을 이뤄 경기를 한다길래 축구에 별 관심이 없던 나도 한번쯤 눈을 흘깃했었다. 그렇게 10년 전 중학생이었던 나는 어느새 20대의 한가운데에 서서 10년 전에 환호했던 기억을 경기장에서 추억해보고자 했던 나는 비가 한없이 쏟아지는 경기장 주위에서 티켓을 받아서 동생과 함께 경기장에 들어갔다. 사실 아직도 술집에 가면 보여주는 케이블 스포츠 채널의 2002 월드컵 당시 경기 장면을 보면서 '이걸 왜 아직도 보여주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곤 했는데, 이 장면들을 그 선수들이 있는 경기장에서 보여주니 느낌이 달랐다. 10년 전 승부차기 끝에 4강을 확정짓던 그 순간 소리지르던 환희가 다시 떠올랐다. 물론 경기장에 앉아서 본 경기는 2002년 그때 선수들이 펼치던 경기와 많이 달랐다. 아직 현역으로 뛰는 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이른바 만들어 줘도 못 주워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경기 실력이었다. 그렇게 2002팀은 3골을 내리 내주었고, 그 뒤로는 많이 봐준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은 세계 최고의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선수들이 동네 아저씨들 같아지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얼마 전 유로 2012에서 발로텔리가 했던 세리모니를 따라했던 최용수 감독의 몸매는. 본 적은 없지만 조기축구회 회원의 몸매가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10년은 선수들의 몸에 뱃살을 만들어 줄만큼 긴 시간이었다. 그래도 그 영웅들이 모두 함께 모임으로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10년 전 그 때를 기억하게 해준 추억, 히딩크 감독의 어퍼컷 세레모니와 그의 품에 안긴 박지성 선수가 만들어낸 감동은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내가 막 지나온 10년에 대해서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그 10년은 한창 공부하며,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던 10년이었다. 앞으로 10년후가 되면, 2002년 당시 선수들에게 뱃살이 생겼듯 나도 새로운 세상의 틀을 겪으면서 많이 변할게다. 그러나 마음만은 변하지 않고 이 자리 이대로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Continuo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Rain Drop (2010) (0) | 2012.08.26 |
---|---|
Late Bird의 최후 (0) | 2012.07.20 |
M&M (0) | 2012.07.04 |
한강변 탐험 (0) | 2012.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