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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4| | Commencement 2013
Continuous 2013. 2. 24. 23:45

Commencement 2013




어제는 졸업식이 있었다. 사실 학부 졸업식에도 가지 않았던 나였고, 졸업식을 크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라서 그냥 안 가보려고 했으나, 집에서 받은 강한 압박과 의외로 내려간다는 많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회사 워크샵보다 대전에서 열리는 졸업식을 택하기로 하고, 2년 2개월만에 대전 KAIST에 방문하기로 정했다. 여러가지 교통수단을 생각하다가, 그냥 친구들이랑 내려가고 싶어서 셔틀버스를 타볼까 잠시 고민했었는데, 강석이가 차를 끌고 내려간다길래 바로 그쪽에 붙었다. 원래 그 차에는 현민이와 내영누나까지 타기로 한 것이었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성은이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저번 여름 MT의 아픈 기억이 다시 떠오르면서 구르는 돌이 다시 박힌 돌을 빼내나 했지만, 난 결국 그 차에 탑승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살짝 큰 문제는 오전 9시 반까지 도곡역에 가려면 대충 시간을 역산했을 때 회사를 가기 위해 일어나는 시간보다 빨리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된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5분정도 늦게 도착해서 타워팰리스 아래 스타벅스에서 내영누나와 커피를 사며 지각비를 내게 되었다. 그렇게 10시쯤 서울에서 출발을 했는데, 운전자인 강석이와 우리 대다수의 예상과 다르게 금요일 아침시간의 경부고속도로는 엄청 막혔다. 일단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원래 슬아가 주최하여 점심을 먹기로 했던 11시 반에 우리는 아직 경기도에 있었다. 결국 우리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예상시간을 엄청 초과해서 12시 50분이 넘어서야 학교에 도착했다. (사실 내려가면서 현민이는 운전자 보조보다는 잠 보충에 힘을 쏟기도 했고, 내가 뒤에 타며 넉넉해진 자리 덕분에(!) 우리 셋만 열심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었다. 점심을 먹지 못한 우리는 도착 20분 전에 도미노피자를 시키고 주문할 때 말했던 시간에 맞추어 12시 25분에 학교 바로 옆 어은동 도미노 피자에 도착했는데, 도착한 도미노피자에는 엄청난 주문이 밀려있었다. 덕분에 거기에서 20분 가까이를 더 기다려야했다. (개인적으로는 옷을 받으러 갔다가 오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을 했지만, 이미 성은이와 현민이 덕분에 reject됐다.) 원래 학위복을 받는 학부 매점 2층과 졸업식 출석 체크를 하는 정문술 빌딩에 1시까지 도착했는데, 당연히 우리는 1시까지 두 장소 중 어느 장소에도 도착하지 못했다. 결국 승훈이와 동한이가 우리와 지연누나 학위복까지 6개를 학부지역에서 정문술빌딩 앞까지 들고 내려와준 덕분에 우리는 그나마 무사히 졸업식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도착한 시간이 앞에서 말했던 12시 50분, 당연히 차는 출구에 바짝 주차하고 정말 오랜만에 학교를 가로지르는데, 내려올 때만 해도 이 길은 여유있게 걸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살살 내리는 비에 우산 쓰고 열심히 피자를 들고 정문술빌딩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면 서운하지. 학위복 봉투에 같이 와야할 졸업식 입장권(이 학교는 졸업식 장소의 협소함으로 인해 졸업생 1명 당 2장의 입장권만 주고 있었다.)이 없었다. 물론 엄마 아빠는 그 입장권이 어디에 있냐고 열심히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난 강석이와 내영누나와 함께 정문술 빌딩에서 학위복 가운을 대체 어떻게 입어야하는지에 대해 10분은 고민했던 것 같다. 여튼 학위복을 다시 대충 걸치고 다시 이제 입장권을 구해야했다. 더군다나 안타깝게도 입구에 계신 분들이 입장권을 못 받았다고 하니 입장권이 있는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다며 버티시는 바람에 다시 학부지역 세탁소에 튀어갔다 왔더니 (그래도 학교 위치는 다 기억하고 있는거다!) 이미 엄마 아빠는 입씨름을 통해 들어갔다고 한다.(난 6장이나 받아왔는데) 그렇게 난 졸업식 시작 직전이 되어서야 류근철 스포츠 컴플렉스에 들어갔고, 누군가가 해준 출석체크를 확인하고 나서 1층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아까 사왔던 피자를 미리 준비한 스프라이트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졸업식장에서 즐겁게 피자를 먹는 아름다운 경험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뒷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눈초리는 살짝 무시하며 먹어야 했다.

졸업식은 역시나 길었다. 정신없는 졸업식이 아니랄까봐 명예박사학위는 또다시 퍼주고 있었고, 열심히 연설까지 들어야했다. 자리만 열심히 지키고 있었던 나는 동기들과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학위기를 받으러 잠깐 단상에 올라갔고, 그렇게 꼭 성공하라는 서남표 총장의 마지막 축사까지 다 듣고 종이가루가 휘날리는 아름다운 졸업식장에서 열심히 또다시 사진을 찍었다. (왜 그런데 내 사진보다 다른 사람들 셀카가 그리 많은지는 의문이다.) 덕분에 아빠가 원하던 가족끼리 학사모를 나눠 쓴 사진들도 찍었고, 동기들과 모여 학사모를 던지는 사진도 아주 열심히 찍었다. 마지막까지 사진을 열심히 찍다가 올라오는 홍릉행 버스를 놓칠뻔 했지만, 권보람과 정은누나의 도움으로 다행스럽게 버스를 10분 늦게 타는데 성공했다. ^^ 결론적으로 사진은 150장 정도 찍었는데 올라오면서 버스 안에서 정은누나가 사진을 쭉 보더니 건질 사진은 10장정도 뿐이라는 나의 말에 동의했다. 사실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조용히 있었는데, 정은누나와 민우형과 수다를 1시간 반은 떨어가면서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했다. 뭐 물론 건질 이야기가 딱히 있었다는 것은 아닌데, 12시 점심도 일찍이라며 지연누나와의 셋이 먹는 점심을 여러 번 거부한 내가 8시에 일어나서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에 회사가 참 대단한 곳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가지게 해주었다. 

이렇게 나의 학생으로서의 이어졌던 18년의 시간이 마무리되었다. 특히 열심히 달려왔던 고등학교 2년, 학부 5년, 대학원 2년 생활을 마무리하고 '사회인'의 생활을 시작한 지도 두달이 넘었다. 학부 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앞의 20년동안은 잘 하지 않았던 많은 일을 해왔다. 2년에 한 번씩은 길게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California Gurls 속의 캘리포니아의 베니스 비치가 어떤 곳인지도 알게 되었고, 여수 밤바다의 느낌처럼 밤의 동남아 바다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바람기억을 들으면서 떠올릴 기차에서 바라보는 유럽 풍경도 아마 잊지 못할 것이다. 아마 앞으로 3년동안 그런 경험을 쉽사리 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가장 슬픈 것은, 뭔가 이제 젊음, 학생이라는 나를 수식하던 단어가 바뀐다는 사실에 있다. 젊음이 사라져가고, 이제 뭔가 머리에 둔탁한 것이 박혀간다는 느낌, 절 창의적이고 고리타분한 것에 익숙해져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돈이 없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웃고 깔깔깔대며, 우리는 저기 떠나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Wilshire/Westwood 건널목을 광속으로 뛰어가며 건너가며 웃어댔고, Clarke Quay의 다리에서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병나발을 불어댔다. 하지만 이제 그때 그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자고 했을 때, 과연 몇이나 흔쾌히 그런 행동을 하자고 할까. 우리는 모두 나이가 먹어가고, 점차 편안한 것에 익숙해져가고, 그냥 돈으로 무언가를 주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것 같다. 나에게도 붕어빵 하나는 치즈케익 하나로, 사탕 하나는 마카롱 하나로 바뀌었다. 이것이 나이어림에서 멀어져가는 것인지, 젊음에서 멀어져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에서 멀어지고, 물질적인 것에 종속되어간다는 느낌은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다. 게다가 이제 회사라는 단체에 들어간 나는 쉽게 무언가를 결정하기도 어려워졌다. 지금까지는 개인으로서의 나만 생각하고 행동하면 됐지만, 이제 회사라는 단체의 톱니바퀴라는 나까지 고려해야 제대로 된 결정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진다. 그리고 앞으로 이 폭은 점점 좁아지기만 할 것이다.

정말 Commencement다. 앞으로 반고정된 3년이 지나면 난 무엇을 해야할까. 앞으로 여의도에는 벚꽃이 펴고, 여의도공원에는 파란 이파리들이 올라올 것이다. 그 이파리와 꽃잎들에게 이런 우울한 생각 뒤에 있는 밝은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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