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가서 제일 좋았던 건 특별전시도 아닌데 미술관에 가서 마음껏 사진도 찍으면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입장료도 싸다. 그 뒤로 미술관 특별전시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다. 렘브란트 작품 하나로 렘브렌트와 빛의 마법을 논하고, 인상파 작품전에 제대로 된 콜렉션을 찾기 힘든 전시회에 관심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고보면 오르세미술관전은 대체 한국에서 몇번째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오르세, 루브르에 진짜로 가고 싶은데 파리에 갈 날이 있긴 하려나 모르겠다. 아, MoMA도 가고 싶다. 덤으로 이야기하면, 장진우는 진짜 복도 많이 받아서 Columbia ID로 미술관 무료 입장에 뮤지컬도 할인받으면서 볼 수 있었다는데 하나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야기하던데, 아 진짜 그거만큼 부러운 게 없었다. 역시 맨하탄이 좋기는 좋군.
여튼 그래서 요즘 미술관보다는 나의 사랑하는 디즈니나, 카쉬 사진전에 훨씬 끌렸다. 그래서 티켓값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디즈니전에 꼭 가려고 마음먹었지만 이렇게 가는 날짜가 대뜸 정해질 지는 몰랐다. 사실 이것도 상은여신님이 같이 가신다길래 이게 정말로 셋이 갈것 같아서 일단 내 시간에 맞춰야하겠기에 일단 대뜸 다음 날로 잡혔다. (한아는 어차피 제주도에서 볼꺼라 보든 말든 관심도 없지만 상은이는 다르지.) 그러나 상은이가 직전에 안 온대서 사실 나도 집에서 취소를 해버릴까 아주 약간 생각하다가 한아가 이미 나왔을 것 같아 착하게 그냥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신도림역에서부터 만나서 가는 내내 나는 시무룩에 depressed가 절정이었다.(라고 옆에 있던 한아는 묘사했다.) 사실 강남역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맥도날드 런치세트를 먹으려다가 나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아가 먹고 싶다는 설렁탕에 무심하게 한표를 던져주었다.(고 얼른 나의 너그러움을 블로그에 뚝뚝 흘려주어야지.) 그렇게 점심이나 먹고 디즈니전에 갔는데, 역시 한아가 사진을 안 찍으면 한아가 아니기에, 난 또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고 (그래 난 사진기사지 그래, 내일 제주도에 가도 난 사진이나 찍고 있을지도 몰라.) 드디어 디즈니전에 입장!
들어가자마자 나의 사랑 디즈니를 외치며 황홀한 느낌에 빠졌다. 이번 전시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초기(1930년대) 애니메이션과 공주 시리즈를 주제로 삼고 있는데, 공주시리즈 중에서 알라딘, 포카혼타스, 뮬란은 없었다. (원래 디즈니 8공주가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미녀와 야수의 벨, 자스민에 포카혼타스, 뮬란인데, 요즘에는 공주와 개구리의 티아라에 라푼젤까지 해서 10공주라고 한다.)
셀 애니메이션 작업한 선명한 그림을 보는 순간 오 이런 건 집에 걸어놓고 싶다는 자극을 마구마구 받았다. 여하튼 오랜만에 공주님들을 보니 Ariel이랑 Belle이 제일 예쁘고, 백설공주는 별로 안 예쁘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전시장 안에서는 Disney OST가 흘러나오고, 한켠에선 초기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는데 뮤지컬 공연 준비하던 때도 생각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덕분에 어떻게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지, 하나하나 단계도 알아보고, 발전방향도 나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는데, 알라딘은 전시에 왜 빠진거야. 여튼 요즘은 그나마 CG로 하지만 옛날에 노가다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때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대충 상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배경부터 그림이 너무 에뻤다.